"그녀의 결정은 대부분 옳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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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2년간의 집권기간을 통해 마거릿 대처는 영국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물러날 때 보여준 것처럼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의 길을 택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녀의 결정은 대부분 옳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집권 12년간 대처 전 영국총리의 성적표를 다룬 분석기사에서 내린 총평이다.
79년 집권과 함께 대처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작업에 착수했다. 84년 브리티시텔리콤의 성공적인 매각을 기폭제로 영국은 이제 50개의 대형국영기업을 팔았거나 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79년 국가가 산업부문에 갖고있던 자산의 3분의2를 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영국의 주식소유자는 3백만명 미만(79년)에서 이제 1천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민영화된 철강회사의 1인당생산성은 80년 1시간에 0.08t수준이던 것이 이제는 0.2t 수준으로, 석탄회사는 1인당 1년에 4백t 수준에서 1천1백t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처의 탈 사회주의 정책은 기업설립·주식소유·생산성 등에서 분명히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한때 영국병의 근원으로까지 지목되기도 했던 강력한 노조도 대처의 가장 주요한 공격대상중 하나였다.
노조활동이 법적으로 대폭 규제됐고 이는 80년대 초의 경제침체와 고용악화에 따른 여론의 지지를 업고 성공을 거두었다.
84∼85년 광산노조와의 치열한 힘 겨루기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처의 노조약화정책은 성공했다.
이는 또 노조가 몇몇 핵심간부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던 관행에 쐐기를 박고 노조를 노조원들에게 돌려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79년 연간 3천만인일에 달하던 노동손실일수는 86년 이후 5백만일 이하로 떨어졌고 노조가입자는 1천2백만명 이상에서 지난해 8백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처의 이 같은 경제적 실험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또는 실패로 돌아간 것일까.
집권 초 18%에서 86년 3%대로 떨어졌던 인플레율은 올해 다시 10%를 넘어서 주요국가 중 가장 높은 숫자를 보이고 있으며 마이너스에서 4%대로 끌어올렸던 성장률은 올해 1% 미만으로 경기후퇴의 기미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숫자는 분명한 실패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답을 위해선 경기의 순환 과정과 영국경제의 조속한 소생을 가능케 할 생산성의 장기적 성장에 대처의 정책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급을 중시하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했다. 민영화는 79년 당시의 예상을 넘는 수준으로 이뤄졌고 국가보조금은 감축됐으며 기업 및 개인소득에 대한 과세는 대폭 경감됐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79∼80년 국내총생산(GDP)의 44%에서 90년에 39.5%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대처의 개혁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장기적인 생산성증가에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인지를 알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80년대 초의 경기후퇴를 거쳐 80년대 중반 노동생산성은 크게 향상됐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최근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전체로 보아 생산성은 70년대에 비해 커다란 개선이 이뤄졌다. 국제적 비교에서 이 같은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대처치하의 영국은 생산성 높이기 경쟁에서 분명히 순리가 크게 높아 졌다.
만약 91년에 영국이 경기후퇴에서 벗어나 낮은 인플레 율과 2.5% 안팎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면 대처의 기적을 부인키 힘들 것이다.
만일 보다 깊고 긴 경기후퇴기를 겪고 적정성장과 낮은 인플레가 조화될 수 없음이 판명된다면 그에 대한 평결은 영국병은 대처의 치유력으로도 충분치 못할 만큼 깊은 것이었다고 내려져야 한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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