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회화 속의 「한국성」모색"|「90현대 한국회화전」「서울국제미술제」등 나란히 열려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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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회화에 있어서 「한국성」은 과연 어떤 것인가.
회화 속의 한국적 미감과 정신성을 모색해보는 2개의 대규모 전시회가 나란히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오는 23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90현대 한국회화전」과 내년 2월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계속되는 「서울국제미술제」.
현대 한국회화전은 국내작가의 시각에서, 서울국제미술제는 외국작가의 시각에서 각각 회화 속의 한국성을 찾아본다는 점에서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
이들 전시회는 진정한 한국적 현대회화의 양식과 정신을 창출해 이를 세계성으로 연장시켜보자는 기획의도가 담겨 있다.
두 전시회의 형식과 성격은 크게 다르지만 우리의 회화를 찾아내자는 공통의 맥락에서 출발했다. 물론 한두번의 전시회로 이 같은 이념이 정립되기는 어렵겠지만 국내미술사상 처음 시도되고있는 뜻깊은 기획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90 현대 한국회화전」에는 동·서양화라는 장르나 형식·매재 등을 뛰어넘어 회화 속에 한국성을 추구하고 있는 작가 50명의 신작 67점이 출품됐다.
소위 동·서양화가가 절반씩 초대되었으나 당초 그 같은 분류의도아래 이뤄진 것도 아니며 작품전시도 아무런 구별 없이 구성됐다.
전시회 운영위원 5명(윤명노 이종상 송수남 오광수 이종석)과 초대작가들은 전시회에 앞서 지난 9월 워크숍을 갖고 한국적 회화에 대한 토론을 벌였었다.
당시 바람직한 방향의 모색으로 내세워진 것이 고유한 회화방식인 드로잉적 성향이었다. 서구의 회화가 페인팅적 방법에 의해 이뤄지는데 반해 동양 내지 한국의 회화는 드로잉적 방법이 바탕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품작가들은 드로잉적 성향이 높은 추상표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초대작가들의 연령층도 88,89년도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서울국제미술제는 국내에서 올해 처음 시도된 공모전성격의 대규모 국제전이다.
이 전시회에는 세계26개국의 작가 60명에게 1백호 크기의 전통 한지 10장씩을 보낸 후 그 위에 그들이 느끼는「한국정신」을 담아 각각 2점씩 출품토록 했다.
당초 참가작가가 적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거의 모든 작가가 호응하는 성황을 보였다.
이들이 우리의 의도대로 한국정신을 담아냈느냐는 점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있다. 일부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한지의 고유정신성에 접근하지 못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스타일에 맞추는』(평론가 엘레로아 차트니)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의 많은 현대작가들에게 한지라는 우리의 매재를 체험케 한 점과 대상수상자인 브라이언 헌트 등 몇몇 작가들이 「동양적」감성을 보인 점등은 상당한 수확으로 손꼽힌다.
특히 외국작가들이 한지를 다양하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다룬 것은 국내·한국화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두 전시회의 운영위원으로 깊이 간여한 화가 이종상씨(52·서울대교수)는 『우리회화가 지역성을 탈피해 세계성을 획득하려면 전통의 맥락 위에서 우리고유의 정신성을 현대적 언어로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두 전시회는 이 같은 현대적 자생회화의 정립과 발전을 위한 뜻깊은 시도와 노력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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