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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론스타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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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검찰 조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한국 검찰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도 했다. 론스타가 벼랑 끝 전술을 택함으로써 9개월째 접어든 이번 사태는 더 복잡한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론스타는 이번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 내 반(反)외자정서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실제로 뉴욕 타임스(NYT)는 "한국 검찰이 민족주의 정서에 편승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론스타 수사를 '마녀사냥'으로 비유했다. 먹고살기 위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물건을 해외에 팔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론스타가 반외자정서를 내세우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식은 곤란하다. 수사와 반외자정서는 별개의 문제다. 검찰은 범법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론스타 간부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도 주가 조작 혐의는 인정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론스타로서는 억울한지 모르겠으나 한국의 법 체계를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의혹을 해소하는 게 옳다. 뒷전에서 여론몰이로 어떻게 해보기에는 사안이 너무 커졌고, 떳떳하지도 못한 태도다.

검찰도 감정적으로 맞서서는 상황만 복잡해질 뿐이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만큼 공정하고 빈틈없게 수사해야 한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밝혀내면 그만이다. 하나 더 주문한다면 수사를 가급적 신속하게 매듭짓기를 바란다. 론스타를 둘러싼 국내외의 갈등과 금융권의 동요가 계속돼서는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국민도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외국 자본을 '선이냐, 악이냐'는 식으로 재단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분명한 점은 이번 사태를 한국 금융시장이 한 단계 더 투명해지고, 외국 자본이 더 많이 찾아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