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전향' 한 신보수주의자의 미국 대외정책 꼬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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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로에 선 미국,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유강은 옮김, 랜덤하우스, 206쪽, 1만2000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행정부 1기(2001~2005) 때만 해도 대표적인 신보수주의자였던 지은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 책에선 '전향자'의 눈으로 미국 대외정책의 허점을 날카롭게 짚는다. 미국이 이라크전 수렁에 빠진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후쿠야마는 부시 행정부가 급진 이슬람 세력의 위협을 과장하고, 서로 무관한 알카에다와 '깡패국가' 문제를 뒤섞는 바람에 정책 실패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즉, 9.11 같은 테러 공격의 재발을 막는 '예방전쟁'이라며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정작 테러집단에는 별 타격을 주지 못하고 이슬람권의 반감만 키웠다는 것이다.

부시는 이슬람 세계에 민주주의만 확산하면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후쿠야마의 생각은 다르다. 과거 동유럽의 예에서 보듯 민주주의는 주민 스스로 선택할 때만 보약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남의 나라를 이해하는 데 소질이 없다는 점도 반발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는다. 즉, 미국의 '해외 통치자' 중 전후 일본을 점령한 더글러스 맥아더를 제외하고는 현지 제도와 관습을 존경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4차 대전'이나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 같은 과장된 발언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게릴라나 국제적 지하드 운동과 싸우고 있을 뿐, 전체 아랍이나 무슬림 세계와 대결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19세기 말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가 그랬듯이, 미국이 일단 힘을 보여준 다음에는 외교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힘은 종종 보이지 않을 때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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