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직 경기도 산하 기관장이 재임 당시 채용 담당자에게 특정인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정정옥 전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를 강요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정 전 대표는 2020년 8월 가천대 유아교육과 A 교수 추천을 받아 성남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B씨를 경기도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선발하라고 채용 담당자에게 수차례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전문강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정 전 대표가 채용을 강요한 정황도 포착해 이에 대해 확인 중이다. B씨가 “관련분야 전공자면서 부모교육 강의 유경험자 및 부모교육 강사 관련 자격증이 있는 자”라는 당시 선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를 제외한 나머지 지원자 4명은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부모교육 강의를 한 경험과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기술했지만, B씨는 지원자 중 유일하게 부모교육 강의 경력이 없고 취득 자격증이 없다는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채점 과정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정 전 대표를 조만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채용담당자였던 C씨는 “B씨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촉할 수 없다고 보고했는데, 정 전 대표가 폭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채용이 어렵다고 보고를 했다가 정 전 대표로부터 ‘박사들 이 먹물들은 이렇게 눈치 없는 게 문제’ ‘아이 XX, 미치겠네. 잘난 척 하는 X’ 등의 말을 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1년 4월 재단이 경기가족여성연구원이었던 시절부터 박사 학위 소지자로 연구위원 등으로 근무했던 C씨는 이 일을 겪은 이듬해인 2021년 2월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퇴사한 상태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해당 사업 내용은 현재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다”며 “수사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답변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 드린다”고 해명했다. 정 전 대표는 중앙일보의 수차례 유선·문자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술자리 등 사석에서 이 대표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를만큼 막역한 사이임을 과시해왔다고 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성남시장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시장 재임 당시인 2012~2019년 성남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자리를 옮긴 뒤인 2019년 7월엔 2년 임기의 경기가족여성연구원(현 경기여성가족재단) 원장에 임명됐으며 2021년 7월 제9대 대표이사로 연임에 성공, 지난 14일 퇴임까지 4년 간 경기도의 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가족지원 사업을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