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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통제 왜 안했나, 오송 지하차도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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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지난 11일부터 엿새 동안 전국에서 최소 45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특히 큰비를 뿌린 충북·경북 지역의 인명피해가 컸다. 15일 물에 잠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와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 등 5개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 만큼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6일 오후 9시 기준 36명(경북 19명, 충북 12명, 충남 4명, 세종 1명)이다. 실종자는 9명(경북 8명, 부산 1명), 부상자는 35명이다. 경북 지역 실종자 8명은 모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군 감천면 진평·벌방리, 효자면 백석리, 은풍면 은산·금곡리 등 5개 지역 주민이다. 부산 실종자는 지난 11일 학정천 주변에서 사라진 60대 여성으로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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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긴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는 차량 15대(경찰 추산)가 침수돼 16일 오후 11시 현재까지 배수·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이곳에서 300여m 떨어진 미호강 임시 둑이 터지면서 지하차도 안은 2~3분 새 물로 가득 찼다. 사고 직후 9명이 구조됐으나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16일에는 버스 탑승객 등 8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중대본은 실종자 통계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자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4시10분쯤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경보가 내려졌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 측은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침수심에 50㎝까지 물이 차오르면 경찰과 협조해 도로 통제에 들어간다”며 “사고 당시 불과 2~3분 만에 물이 차는 바람에 통제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고 밝혔다. 물이 갑자기 밀어닥치면서 지하차도 배전반에 물이 차 배수펌프도 작동하지 않았다.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중대본을 화상 연결해 집중호우 대처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 대응의 제1 원칙은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선제적으로 대피 조치를 시키는 것”이라며 “경찰은 지자체와 협력해 저지대 진입 통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 달라”고 했다.

대피소 이재민 5541명 귀가 못해…일반열차 이틀간 운행 중지

‘물 폭탄’으로 전국 곳곳에서 이재민이 발생했다. 98개 시·군·구 5125가구(8852명)가 임시대피소 등으로 대피했다. 경북 1715가구(2581명), 충남 1265가구(2462명), 충북 1259가구(2383명) 등 순이다. 이 중 아직 2974가구(5541명)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호우가 집중됐던 지난 13일부터 16일 오후 4시까지 문경 동로면에는 485.5㎜, 청주 상당구에는 474.0㎜의 비가 내렸다. 청양 정산면의 강수량은 570.5㎜, 공주 금흥동 511㎜, 세종 새롬동 486㎜, 군산 내흥동도 480.3㎜에 달했다.

공공시설 피해는 215건으로 집계됐다. 하천제방이 유실된 게 59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도로사면 유실·붕괴 48건, 토사유출 32건, 침수 23건 등이다. 사유시설 피해는 204건으로 주택 침수 82채, 주택 파손 21채, 차량 침수 6건(65대), 옹벽 파손을 포함한 기타 73건 등이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과일이 떨어진 농작물 피해 면적은 1만9770ha에 달한다.

도로 통제도 이어졌다. 충남 59곳을 비롯해 충북 47곳, 경기 37곳 등 도로 220곳이 통제됐다. 14일 오후 10시58분 발생한 무궁화호 궤도이탈 사고 이후 16일 오후 9시 현재 일반열차 전 선로 운행이 중지된 상태다. 고속열차인 KTX는 서행하거나 경기도 수원역 경유, 대전 중구 서대전역 경유 등 5개 선로 운행을 중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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