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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후쿠시마 앞바다 우럭, 우리 바다로 못오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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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우럭은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로 필수아미노산, 칼슘 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맛으로 우리나라 대표 횟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우럭이 최근 세간의 관심이다.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항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보도 이후, 후쿠시마 앞 우럭이 우리 연안으로 넘어와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 그러나 생물이 넘나들기 어려운 환경적 장벽은  있다. 그래서 바닷속에 사는 생물들은 각기 그 생태적 특성에 따라 사는 곳과 다니는 길이 따로 있다.

물고기도 어종마다 좋아하는 서식지와 산란장, 회유 경로, 수온, 먹이, 수층 등이 정해져 있다. 어업인들이 물고기 이동 길목에 그물을 설치하고, 낚시인들이 낚시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럭은 연안의 얕고 바위가 많은 곳을 좋아해서, 알맞은 서식 공간을 찾으면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한 곳에 머물러 사는 습성을 가진 물고기들을 연안 정착성 어류라고 한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우럭이 우리 연안에 올 수 없는 생리적 이유도 있다.

우럭은 큰 머리, 커다란 가슴지느러미, 가시가 있는 큰 등지느러미, 두꺼운 비늘을 가지고 있어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 체형이다.

또한 우럭의 근육은 흰색인데, 이는 산소를 저장해 장시간 지속적 운동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미오글로빈 함량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체형과 근육의 구조는 순간 이동과 방향 전환에는 적합하지만, 장거리 유영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후쿠시마 앞 우럭이 태평양과 대한해협의 거센 해류와 깊은 바다를 헤치고 1000㎞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 우리 바다까지 온다는 것은 어류 생태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우리 연안의 우럭도 후쿠시마 앞까지 갈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수산물 약 7만6000여 건을 검사했으나, 단 한 건도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12년간 우리 바다 곳곳에서 잡힌 모든 수산물을 검사하고, 검사하고, 또 검사해서 나온 결과다.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은 이렇게 수많은 반복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앞으로도 수산물 검사를 더욱 촘촘하게 강화할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 및 연구와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를 근거로 한 과학적 결과를 믿고, 우리 우럭, 우리 수산물을 안심하시고 드시면 좋겠다. 괜한 걱정으로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수산물을 소비하지 않는다면 개인에게도 손해고 우리 어업인에게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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