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경' 윤재옥의 100일…“극단적 지지, 의회정치 복원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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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의회정치 복원을 내걸었지만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럽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윤 원내대표는 “100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 기사를 훑어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좋은 기사는 거의 없었다”며 “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입법 현황도 살펴봤더니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은 329건인데 겨우 132건이 통과됐고 197건이 아직 국회에 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주의를 방해하는 요소에 대해 “극단적 지지자들의 행동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회주의 복원을 위해선 “양당의 원내지도부가 균형 잡힌 생각을 가지고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뜻을 모아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카운터파트너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합리적인 의회주의자이자 대화가 충분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을 여야 협치의 결과물로 제시하며 “앞으로 민생 관련 법안을 최소 일주일에 1건 정도는 양당이 만들어 내자”고 제안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선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최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대선 때부터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일에 스토킹 가까운 집요한 공격과 추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관여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 대구·경북(TK) 물갈이론에 대해선 “상은 못 줄지언정 선거 때마다 물갈이론이 나오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당선한 윤 원내대표는 조용하지만 깐깐한 리더십으로 불필요한 실점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윤 원내대표 취임 후 당내 잡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 시간에 제한을 두는 등 메시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원내대표도 “잘못해서 점수 잃기는 쉽다”며 “실수를 하루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100일 내내 늘 긴장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일 윤재원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은 박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날이다. 김현동 기자

경찰대 1기를 수석으로 입학·졸업한 그는 취임 후 ‘윤 순경’을 자처하며 당내 군기반장도 도맡았다. 원내부대표 1명마다 10여명씩 ‘담당 의원’을 배정해 의원총회나 본회의 참석을 독려하거나 예민한 정치 국면이 오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자제령을 내리는 식이다. 원내수석부대표 출신으로서 대부분 정책을 직접 챙기며 정책 정당 면모를 강화하는 동시에 박광온 원내대표와 주 1회 오찬을 하는 등 야당과 협상 노력을 기울인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112석의 작은 여당으로 168석의 거야(巨野)를 상대하는 만큼 협상력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하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또 대통령실이 윤 원내대표의 원내 의사결정이나 여야 합의를 압도한다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윤 원내대표가 때론 밖으로도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성정상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무색무취의 원내대표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