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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보리 北 ICBM 긴급회의...예상대로 빈손 종료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3일(현지시간) 공개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한국과 북한 모두 참석한 회의에선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지난 12일(한국시간) 북한의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의 발사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요청으로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한국과 북한 대사도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북한이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해 발언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5년 7개월 만이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황준국 한국 대사(왼쪽 첫번째)가 김성주 유엔 북한 대사(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황준국 한국 대사(왼쪽 첫번째)가 김성주 유엔 북한 대사(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선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과 북·중·러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예상대로 대북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 채택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북한은 ICBM을 포함해 2023년에만 2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라며 " 핵무기 운반체계를 20번이나 시험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우리는 모두 북한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맞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두 이사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다.

반면 장쥔 중국 대사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특정 국가의 반복적인 전략 무기 전개와 군사적 압력 증대에 대해 우려한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위협 탓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은 어마어마한 안보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한반도 주변 연합 훈련이 '전례 없는 규모'라고 비판했다.

남북한 대표도 각각 나서 신경전을 벌였다. 5년 7개월 만에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김성 주 유엔 북한 대사가 ICBM 발사는 "이웃 국가들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이에 황준국 한국 대사는 "어떻게 이웃들이 ICBM 발사를 안전하게 여길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황 대사는 북한이 작년 이후 90기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안보리가 거의 매달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어 "국제 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단합된 한목소리의 규탄과 국제 제재만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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