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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넘는 지구본 2개, 9억 스키모형…평창 곳곳 수억 조형물 [영상] [2023 세금낭비 STO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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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해당 조형물 뒤쪽엔 기존에 설치한 조형물이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해당 조형물 뒤쪽엔 기존에 설치한 조형물이 있다. 박진호 기자

100m 내 조형물 2개 있는데 '8억원' 들여 또  

“저 지구본 하나가 8억원이 넘는다고요.”
5년 전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올림픽스타디움으로 진입하는 교차로에서 만난 최모(56)씨가 한 말이다.

이 교차로엔 2020년 7월 평창군이 8억2000만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이 있다. 주변 조경비 3400만원은 별도다. 지름 10m의 지구본 형태에 오륜마크를 표현하는 5가지(파랑·노랑·검정·초록·빨강)색깔로 띠를 입혔다. 앞쪽엔 올림픽 ‘PEACE PYEONG CHANG’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조형물은 한왕기 전 평창군수 시절 추진한 평창올림픽 레거시(유산) 사업 중 하나였다.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설치한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 뒤에 기존에 설치한 조형물이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설치한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 뒤에 기존에 설치한 조형물이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은 2018평창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2018년 1월 9억80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이 있음에도 2020년 1월 대관령면 횡계리에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은 2018평창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2018년 1월 9억80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이 있음에도 2020년 1월 대관령면 횡계리에 8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박진호 기자

기존 조형물 가려가며 설치한 까닭은? 

이 지구본과 불과 30m가량 떨어진 뒤쪽에 ‘PyeongChang2018’이라고 적힌 또 다른 조형물이 있다. 이는 2013년 평창군이 88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최씨는 “기존 조형물을 가려가면서까지 큰돈을 들여 또 다른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100m가량 떨어진 횡계1교에도 올림픽 관련 조형물이 있다. 사람이 스키 타는 형상을 한 것으로 2018년 1월 세웠다. 제작비는 9억8864만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창군 봉평면 평촌리 교차로에는 지름 10m인 지구본 모형이 또 있다. 횡계리 지구본과 형태가 비슷하다. 2020년 10월 세웠고, 제작비 8억5000만원 등 약 9억원을 썼다.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20년 10월 봉평면 평촌리에 설치한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 나무에 가려져 온전한 형태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20년 10월 봉평면 평촌리에 설치한 지구본 형태의 조형물. 나무에 가려져 온전한 형태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박진호 기자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평창군 '엉뚱한' 위치에 조형물 설치 논란 

이를 두고 주민들은 "설치 필요성도 의문이고 장소도 부적절하다"고 한다. 위치가 봉평면 중심지로 들어가는 교차로인데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나무에 가려져 제대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장모(41)씨는 “의미조차 알 수 없는 조형물에 많은 돈을 쓴 것은 큰 문제”라며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일부 시설은 유지·관리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철거해놓고 조형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18년 10월 4945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18년 10월 4945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19년 12월 6894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박진호 기자

강원 평창군이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19년 12월 6894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박진호 기자

당시 '조례 없어' 심의도 안 받아

올림픽 폐막 이후 평창군이 조형물에 세금을 쓴 사례는 또 있다. 포토존을 조성한다며 2018년 10월 대관령면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내에 4945만원을 들여 ‘봅슬레이’ 조형물을 만들었다. 또 비슷한 위치에 성공적인 평화올림픽 기념과 관광 포토존을 만든다며 2019년 12월에도 ‘#Peace Begins’을 만들었다. 사업비는 6894만원이다.

결국 평창군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대관령면과 봉평면에 올림픽 관련 조형물 5개를 설치하는데 총 27억77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스키모형 조형물에만 국비 일부가 들어갔고, 나머지는 평창군 예산으로 만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는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설치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2014년 9월 전국 자치단체에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건립심의위원회 설치 등 공정성·투명성 확보방안 마련, 사후관리시스템 구축 방안 강구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평창군도 2020년 9월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올림픽 조형물은 조례 제정 이전에 세우는 바람에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2 세계올림픽도시연맹 연례총회'에 참가한 심재국 강원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난 모습. [사진 평창군]

지난해 10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2 세계올림픽도시연맹 연례총회'에 참가한 심재국 강원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난 모습. [사진 평창군]

‘Again 평창, 다시 피어나는 감동’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조형물 설치 과정을 보면 자치단체에서 행정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불투명하게 추진하다 보니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런 시설을 만들더라도 주민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평창군은 조형물 설치 같은 레거시 사업이 아닌 다양한 국제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해 올림픽 감동을 되살리는 ‘Again 평창, 다시 피어나는 감동과 열정의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겨울올림픽을 다시 한번 여는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2 세계올림픽도시연맹 연례총회’에 참석한 심재국 평창군수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올림픽 유산 사업 방향성을 논의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018년 2월 25일 강원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심재국 평창군수가 오륜기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018년 2월 25일 강원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심재국 평창군수가 오륜기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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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평창에서 언젠가 한 번 더 해라” 

당시 심 군수가 바흐 위원장에게 ‘2025 세계올림픽도시연맹 연례총회’를 평창군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앞으로 각종 겨울스포츠 대회를 추가로 유치하고 싶다고 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을 평창에서 언젠가는 한 번 더 해라. 아시아에서 (겨울올림픽을)할 수 있는 나라는 정해져 있는데 한국이 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재 평창군은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대회' 성공 개최에 역량을 모으고, 겨울스포츠 전용 국제트레이닝 클러스터 조성, 2025년 세계올림픽도시연맹 총회와 겨울스포츠 국제기구 유치 등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다음 세대를 위해 각종 국제 대회를 유치하고 인프라도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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