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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조선, 시공 초월한 우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6호 23면

양손에 토카레프

양손에 토카레프

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 빈민가에서 약물 중독자 엄마와 살며 어린 동생을 돌보는 13세 소녀 미아. 가난 속에 방치된 채 살아가던 미아는 우연히 100년 전 조선에 살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에 관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다고 믿었던 미아와 부모에게 버림받고 조선의 친척 집에서 학대받으며 자라야 했던 일본 소녀 가네코 후미코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의 손을 잡아준다. 이들은 지금 처한 현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다. 이는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 저자가 자신을 다독이며 외운 주문이기도 하다.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은 미아·후미코와 저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다. 그곳은 “여기가 아닌 세계고, 내가 원래 있어야 하는 장소”이며 “가본 적 없지만, 왠지 아는 장소”다.

저자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이민 노동자다. 그의 작품에는 이민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영국 사회의 다문화, 계급과 빈부의 문제가 생생히 녹아 들어있다. 영국 빈곤 지역 탁아소에서 일했던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의 기반이 됐다. 그렇게 에세이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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