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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시진핑 말은 왜 이렇게 험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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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진핑 탐구’

시진핑 탐구

시진핑 탐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분노가 크다는 방증이다. 많은 이가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를 탓한다. 거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는 왜 이리 험한가.

배경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세적 외교’ 주문이 깔려 있다. 아울러 시진핑 특유의 화술(話術)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시진핑의 언어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 번째는 마오쩌둥의 호방한 풍격 모방이다. 두 번째는 적극적인 구어체 사용이다.

이 둘을 잘 결합하면 대중의 피를 끓게 하는 호소력으로 군중 동원에 유리하다. 한데 잘못 섞이면 조악한 막말이 나온다.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 등이 그런 예다.

이처럼 현재 중국이 보이는 모든 변화는 시진핑을 떠나 이해하기 어렵다. ‘시진핑 탐구’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다. 14억 중국인의 사고를 지배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유일한 존엄(定於一尊)’ 시진핑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중국이 어디로 가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시리즈는 서문 외 4부로 계획 중이다.

1부는 오늘의 시진핑을 만든 개인적 특질에 초점을 맞춘다. 2부에선 시진핑의 치국책략(治國策略), 3부에선 시진핑의 중국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를 탐색한다. 4부에선 시진핑의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시리즈는 4월 26일 첫 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www.joongang.co.kr/plus)에 ‘시진핑 탐구’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다.

1부에선 ‘시진핑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나’라는 제목 아래 시진핑의 DNA를 여섯 가지로 추렸다. 시진핑 DNA의 첫 번째는 권력이 진리라는 믿음이다. 문화혁명 때 말실수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몰렸던 시진핑은 이후 절대로 남을 믿지 않으며 오직 권력만이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두 번째 DNA는 서방에 대한 지독한 반감(反感)과 어떻게든 전통을 사수하려는 정신이다. 이는 시진핑이 첫 번째 부인 커링링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다. 처음엔 금실이 좋았으나 커링링이 영국 유학을 떠나자고 하면서 시진핑의 첫 결혼은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시진핑 DNA 세 번째로는 ‘홍색의 강산사유(江山思惟)’를 꼽았다. 홍이대(紅二代)에 속하는 시진핑 뇌리엔 선대가 피 흘려 얻은 붉은 강산의 색깔이 영원히 변치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박혀 있다.

시진핑 DNA의 네 번째는 대담하게 반역하는 투쟁 본능이다. 길거리 싸움으로 단련된 시진핑은 문혁 세대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투쟁의 특질을 갖는다. “대담하게 반역한다(敢於造反)”는 투쟁정신 속에 성장한 시진핑은 오늘의 중국 간부들에게 과감하게 싸울 것을 요구 중이다.

시진핑 DNA의 다섯 번째는 신하에게도 허리 굽힐 줄 아는 현실주의 특질이다. 시진핑은 “총명한 사람은 시대에 맞춰 변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거다. 시진핑은 투쟁에 능하기도 하지만 세(勢)가 불리하면 물러설 줄도 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진핑의 진짜 속을 알기 어렵다.

마지막 시진핑 DNA는 소아(小我) 희생과 대아(大我) 완성의 집단주의다. 국가와 민족 차원의 중국몽을 내세우며 그 실현을 위해 개인의 끝없는 희생을 요구한다. 중국 청소년의 틱톡 사용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하는 것도 개인의 인터넷 사용은 개인주의 체현으로 집단주의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특질의 시진핑이 어떻게 중국 다스리기에 나섰고, 그 결과 중국이 어떤 길을 걷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문제에 부닥치게 될지 탐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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