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대신 시진핑 나타났다, 英총리 놀라게 한 중국 만찬장

  • 카드 발행 일시2023.06.21

제2부: 시진핑의 치국책략(治國策略)

제2장: ‘만물의 주석’ 시진핑… 권력 확대해도 두려움은 더 커져

“시진핑(習近平)은 2012년 집권 이래 집단지도체제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모든 주요 위원회를 총괄하는 ‘만물의 주석(Chairman of Everything)’ 지위에 올랐다.” 미국의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학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지난해 함께 펴낸 책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Danger Zone: The Coming Conflict with China)』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 모든 걸 자신이 챙기다 보니 ‘만물의 주석’에 올랐다는 말을 듣는다. 사진은 지난 3월 10일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세 번째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뒤 중국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 신화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 모든 걸 자신이 챙기다 보니 ‘만물의 주석’에 올랐다는 말을 듣는다. 사진은 지난 3월 10일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세 번째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뒤 중국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 신화망

‘만물의 주석’이라는 말만큼 중국의 모든 권력을 한 손아귀에 틀어쥔 시진핑의 현재 위치를 잘 설명하는 말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중국 중앙당교 교수로 공산당 간부를 가르치다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 또한 “시진핑은 모든 문제에 있어 마치 자신이 의장인 양 행동한다”고 말한다. 거시적인 상황은 물론 세세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모두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이크로 매니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만물의 주석’에 오른 시진핑

차이샤에 따르면 시진핑은 2014년 환경보호 문제와 관련해서만 무려 17번의 지시를 내렸다. 중국과 같은 광활한 대륙을 다스리려면 중앙의 지도자는 원칙적인 지시만 내린다. 지역마다 사정이 복잡해 일률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성은 중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지방 관리가 나름 재량권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해 지역에 맞는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한데 시진핑은 자신의 지시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관철되도록 요구한다. 차이샤에 따르면 2014년 지방의 한 현(縣) 서기가 중앙이 내린 회의 간소화 등 8항 규정을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 특색에 맞게 예외를 두려고 했다. 외국 투자가를 접대할 일이 많아 연회를 베푸는 데 있어 융통성을 가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 현 서기가 “당 중앙을 비판했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현 서기는 이후 출당조치됐다.

중국에선 위대한 지도자에게 반기를 들면 바로 사라진다. 사진은 시진핑에게 쓴소리를 던졌다가 18년형을 선고받은 홍이대 출신의 부동산 재벌 런즈창. 신경보

중국에선 위대한 지도자에게 반기를 들면 바로 사라진다. 사진은 시진핑에게 쓴소리를 던졌다가 18년형을 선고받은 홍이대 출신의 부동산 재벌 런즈창. 신경보

위대한 지도자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바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시진핑에게 “어릿광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홍이대(紅二代) 출신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은 18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고, 시진핑에게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던 역시 홍이대 출신 장군 류야저우(劉亞洲)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홍콩 언론은 전한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지도자 시진핑은 중국의 모든 일, 모든 사람을 과연 어떻게 장악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