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정치 광고회사 최병윤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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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출마하고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결정적 고민 하나가 있다.
어떻게 나를 알릴 것인가.
포스터도 홍보책자도 만들어보지만 웬만해선 생활에 바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돈은 엄청나게 들었지만 홍보 효과를 못 거두고 결국 낭패를 보게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선량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새로운 전문직업이 등장했다.
이른바 정치광고업.
물건을 만들어 팔듯이 의원 후보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홍보해준다.
(주) 파이론의 최병윤 사장 (31)은 몇 안 되는 전문 정치 광고업자 중 한 사람이다.
최 사장이 정치 광고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난 85년.
미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 과정을 미국 현지에서 3개월 간 지켜보면서 이른바 정치 마케팅이란 것을 알게됐다. 특히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게리 하트 자신이 대학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 정치 마케팅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권모술수의 우리 정치판에 과학적 선거기법을 도입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됐다.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유권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나아가 의원 입법활동도 체계화된다면 그것이 바로 선진화된 민주정치인 동시에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게되는 세상이 앞당겨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 사장은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 지난해 9월 정치광고만을 하는 지금의 (주)파이론을 설립했다.
최 사장이 설명하는 정치 광고는 단순히 사람의 눈을 끌기만 하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포스터 등 홍보물 제작은 의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서울 모 지역에 출마코자한다면 그 사람 자연인에 대한 2백여 가지의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의 내용은 최 사장이 미국 정치 광고회사로부터 얻은 자료를 기초로 우리 현실을 가미, 새로 만들었다.
설문조사가 끝나면 유권자들의 후보자에 대한 인지도 조사 등을 하고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자 개인의 특정 이미지를 규정하며 후보자 및 그의 부인·운동원·자녀·일가친척들이 해야할 일등을 보고서로 작성해준다.
포스터의 제작이나 일일찻집 등의 운영도 그 속에 포함된다.
"앞으로 지자제가 실시되면 정치광고업도 제대로의 영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한 최 사장은 "국회에서 지자제 얘기가 구체화될 때마다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고 했다.
정치 광고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나름의 관심으로 몇몇 의원들의 홍보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는 최 사장은 11명의 상근직원과 15명의 비상근 직원을 거느리고있다.
광고 대행료는 규모나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모든 제반 비용까지를 포함, 5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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