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전국으로 확대 예정입니다. 야영장, 하천변, 산책로 등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지하 공간 침수에 사전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안전부가 25일 낮 12시 5분쯤 발송한 ‘안전안내 문자’다. 행안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까지 정체전선이 걸쳐져 있다. 커진 비구름대가 한반도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25일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충청권에, 내일과 모레 오전에는 전국에 비가 오겠다”고 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장마 대비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태풍‧호우로 28명이 숨진 만큼 올해엔 ‘인명피해 예방’이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프랑스‧베트남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장마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점검에 점검 거듭하는 정부
행안부는 이날 국토부‧환경부‧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비 상황을 논의했다. 반지하 주택이나 경사지 내 태양광 설치장소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을 미리 살피는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사전 통제와 주민대피를 하도록 했다. 각 지자체엔 지하 공간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차수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조속히 설치하라고 당부했다.
막바지 현장 점검도 이뤄졌다. 이날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서울 성동구 소재 반지하 주택가를 찾아 차수판 설치 현황 등을 확인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도 전북 전주를 방문해 강가 등을 살폈다.
안전시설 미설치 여전히 많아
하지만 침수 우려지역인데도 여전히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주택 침수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컸던 서울이 대표적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침수방지시설 설치 대상 2만8537가구 중 6310가구(22.1%·13일 기준)만 설치가 완료됐다. 나머지 2만2227가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황 의원은 “1년이라는 대비 시간이 있었는데도 예상보다 너무 낮은 설치율”이라고 지적했다. 설치에 통상 30일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경우 인적‧물적 피해가 나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반지하 주택에 사는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등의 대피를 돕는 방안도 마련해둔 상태다. 공무원이나 이장‧통장 등이 동원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이‧통장의 대피 안내 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만한 주민 훈련‧교육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더 많은 안전시설 설치‧운영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짚었다.
제주도는 오늘부터 강풍‧폭포비
한편 제주도는 이날부터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 예상 강수량은 시간당 100∼200㎜로, 산지에선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를 보였다가 27일엔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라산 탐방로 입산은 전면 통제되고 있고, 제주공항엔 급변풍 특보가 발효돼 일부 항공편이 지연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선(先)조치 후(後)보고”를 강조하며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