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장 없이 끝난 황장엽 訪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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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7박8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黃씨는 3일 워싱턴에서 대북 방송을 하는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RFA) 방송사를 방문, 북한 주민에게 반 김정일 투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끝낸다.

黃씨는 자신을 초청한 민간단체 '디펜스 포럼'을 통해 뉴욕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신변안전 책임을 진 미 국무부와 한국 정부 쪽에서 경호상의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이의를 제기해 예정대로 4일 귀국한다.

그동안 黃씨의 방미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계속됐던 논란을 감안한다면 그의 방미는 예상만큼의 큰 파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유화정책을 펴는 시점에서 방미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정권 붕괴 추진론자인 黃씨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가 지난달 30일 북한 청문회를 열어 黃씨의 증언을 들으려다 돌연 청문회 자체를 黃씨의 출국일인 4일로 연기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黃씨는 최고위 탈북자로서 미 고위관리들을 만나 나름대로 자신의 대북관을 폈다. 국무부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을 두루 만났고,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과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 정책위 의장 등 의회 내 대북 강경파들과도 교류의 물꼬를 텄다.

黃씨는 2일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번 방미의 성과를 기대하지만 한번에 모든 걸 이룰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을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이제 (특별경호가 해제돼)누구든 만날 수 있으며 귀국하면 언론기관에 있는 분들과 자주 만나 견해를 나누고 싶다"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주사파 대학생들은 주체사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대학생들과 직접 만나 토론을 벌이고 싶다"고 밝혔다.

黃씨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 "최근까지도 북한군의 중대(中隊) 단위에서는 수시로 김정일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북한 사회가 변화하면 가장 먼저 반체제 운동이 벌어질 곳은 군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 독재정권이 무너지면 군부가 집권해 더욱 강경노선을 펼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북한에선 누구도 김정일보다 강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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