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5도" 습한 폭염 자주 온다…올여름 더 위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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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어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어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의 기온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의 기세가 절정에 달했다. 엘니뇨 현상 등의 영향으로 올여름에는 습한 폭염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도로 올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평년보다도 5.8도나 높았다. 동대문·강서구 등 일부 자치구는 35도를 넘었다. 전북 전주는 35.4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도 폭염의 기세가 강했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호남 일부 지역에는 전날부터 폭염 주의보가 이틀째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서울의 첫 폭염주의보가 6월 25일에 내려졌는데 일주일 이상 빨라진 셈이다. 강원도 양양에서는 17일에 올해 처음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밤낮없이 더위가 느껴진 건 최근 계속된 비로 인해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지날 주말부터 기온이 갑자기 상승했기 때문이다. 18일 오전에도 서울의 습도가 79%까지 상승하면서 체감 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2도 가까이 높았다. 오후가 되면서 햇볕의 영향으로 습도는 점점 떨어졌지만 대신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더위가 이어졌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최근 계속된 소나기로 땅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햇볕을 받으면 마치 한증막처럼 지표면에 있던 수분이 수증기로 올라가서 덥게 느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염은 20일에는 남부지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21일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습도 10% 오르면 체감온도 1도 증가

무더운 날씨를 보인 19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손풍기를 들고 걷고 있다. 뉴스1

무더운 날씨를 보인 19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손풍기를 들고 걷고 있다. 뉴스1

폭염에는 건조한 폭염과 습한 폭염이 있다. 건조한 폭염은 주로 강수량이 적고 대기가 건조할 때 햇볕이 지면을 가열하면서 나타난다. 습한 폭염은 바다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지표면의 열을 가둘 때 발생한다. 장마철 이후 한여름이 되면 습한 폭염의 빈도가 잦아진다.

습도는 체감 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체감 온도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나타낸 온도로 습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체감 온도는 1도가량 오른다. 이에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 특보의 기준을 체감 온도로 바꿨다.

습한 폭염은 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건강에 더 치명적이다. 습도가 높으면 대기에서 몸에 있는 수증기를 잘 뺏어가지 않아 열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습도가 높으면 25도 이상의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더라도 많은 사람과 동식물에서 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엘니뇨 영향으로 한증막 폭염 잦을 듯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상 전문가들이 올여름에 가장 우려하는 것도 온도보다 습도다. 폭염의 강도는 예년과 비슷하겠지만, 한여름인 7~8월에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호주·캐나다 등 전 세계 기상청이 제공한 10개 기후예측모델에서도 7~8월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변수는 4년 만에 돌아온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이다. 과거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는 올여름 한반도 폭염일수가 평년(10.5일)과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인 10일~14일이 되겠고, 7월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수증기가 증가해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높은 습도 속에 찌는 듯한 한증막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폭염에 영향을 주는 건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인데 엘니뇨 시기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이 빠르고 평년에 비해서 강한 경향을 보인다”며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적도에서 온 습하고 무더운 성질의 공기가 하늘을 덮어버리면서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고 습한 폭염이 늘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의 경우 건조 폭염은 늘지 않겠지만 습한 폭염은 10년마다 최대 2일 정도씩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 발생시 물을 충분히 마시고, 온열질환에 취약한 영유아·노약자·만성질환자는 야외활동 시간을 줄이고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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