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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독도 신·구 산업 힘겨루기, 시대 변화 맞춘 기준 마련해 상생 [기득권에 발목 잡힌 혁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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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09면

SPECIAL REPORT 

기존 이익단체와 8년간 소송전을 벌이다 2021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리걸줌. [사진 나스닥]

기존 이익단체와 8년간 소송전을 벌이다 2021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리걸줌. [사진 나스닥]

타다나 로톡처럼 기존 산업에 플랫폼이나 새로운 개념을 접목·결합한 신(新)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샅바 싸움은 해외에서도 늘 벌어지는 일이다. 신산업 특성상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적 정의가 없는 예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 시가총액 75억 달러(약 9조원)까지 성장한 미국의 리걸테크(legaltech·법률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인 리걸줌도 사업 초기에는 관련 이익단체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대표적인 경우다. 우버 사업 초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PUC)는 불법 영업이라는 택시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우버에 1000만 달러(약 130억원)가량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도 우버의 필요성을 인지, 우버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PUC는 이후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네트워크형 운송 회사’라는 새로운 범주의 서비스업으로 인정했다. 매사추세츠주 역시 우버에 운행 횟수당 0.2달러를 ‘기여금’ 명목으로 부과하는 조건으로 우버 손을 들어줬다. 기여금 중 일부는 택시 산업 지원에 쓰고 있는데, 주정부가 플랫폼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게 제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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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처럼 정부나 입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맡기는 ‘자율규제’도 신산업이 자리를 잡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주에서 변호사·법률회사들과 소송을 벌이던 리걸줌은 2015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협회와의 극적인 합의로 사업 정상화의 길을 텄다. 2005년 출범한 일본 벤고시(변호사)닷컴도 변호사단체와의 논의 끝에 운영 허가를 받아낸 경우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에 자율적인 규제안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 벤고시닷컴에는 현재 일본 변호사의 절반이 등록돼 있다.

중앙·지방정부의 주재가 됐든 민간의 자율적 규제가 됐든 방향이 정해지면 곧바로 행정·입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서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독일 국회는 2020년 정부가 만든 안을 토대로 2021년에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을 통해 독일 정부는 채권추심을 포함한 리걸테크 서비스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 법적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미국도 발빠르게 연방변호사협회가 제정한 ‘변호사 직무에 관한 모범규칙’을 일부 수정, 인터넷 법률 플랫폼과 직접 연결된 조항인 모범규칙 7.2조를 리걸테크 업체의 사업운영 기준으로 삼았다. 플랫폼에서 특정 변호사를 추천하고 대가를 받는 건 금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부터 리걸테크 등 신산업에 대한 시장 파악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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