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79명…돌아오지 못한 국군 용사, 민·관 함께 끝까지 찾는다 [업그레이드 한국 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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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한 6·25전쟁 전사자 유족이 비석 앞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현충일을 앞두고 홀로 이곳을 방문한 유족은 비석을 닦고 잡초를 정리하는 등 2시간 가까이 머물다 자리를 떴다.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는 12만1879명에 달한다. 최기웅 기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한 6·25전쟁 전사자 유족이 비석 앞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현충일을 앞두고 홀로 이곳을 방문한 유족은 비석을 닦고 잡초를 정리하는 등 2시간 가까이 머물다 자리를 떴다.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는 12만1879명에 달한다. 최기웅 기자

121879. 얼핏 난수표의 암호처럼 보이는 여섯 개의 숫자엔 우리 국민의 한과 염원이 함께 서려 있다. 6·25전쟁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용사 중 아직 유해가 수습되지 못한 호국영령들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 땅 어딘가에서 잠든 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12만1879명.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의 유해를 모시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았다.

국가보훈처는 2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끝까지 찾아야 할 121879 태극기’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2020년 처음 시작됐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와 재학생들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보훈의 상징으로 태극기 배지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다. 이후 취지에 공감한 민간 기업들이 속속 동참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중앙SUNDAY도 민·관이 함께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며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앙SUNDAY 2020년 6월 6일자 1·5면, 6월 13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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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3년 전 캠페인 때 숫자가 ‘122609’였다는 점이다. 그 사이 730구의 유해가 추가로 발굴되면서 121879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6·25전쟁에 참전한 국군 용사는 109만여 명. 전사자는 16만2394명으로 그중 13만3192명의 유해가 수습되지 않은 채 종전을 맞았다. 이후 2000년부터 유해 발굴 작업이 본격화됐지만 현재까지 발굴된 국군 유해는 1만1313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사자의 거의 대부분이 아직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12만1879명의 유해를 끝까지 찾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SUNDAY 2020년 6월 6일자 1면.

중앙SUNDAY 2020년 6월 6일자 1면.

이번에도 캠페인은 대학·기업 등 민간 분야가 앞장선다. 광운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물론 NH농협과 GS리테일도 자체 앱을 통해 태극기 배지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현충일을 포함한 주중 3연전 때 프로야구 선수 전원이 모자에 태극기 패치를 달기로 했고 K리그도 프로축구팀 주장 완장을 태극기로 디자인하며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보훈처도 5일 국가보훈부 승격을 맞아 이들 단체와 손잡고 태극기 배지 달기 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양에서 양귀비꽃(poppy·포피)이 보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형상화한 배지를 통해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한국판 포피 운동’이 민·관 합동으로 펼쳐지는 셈이다.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께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자 책무”라며 “태극기 배지의 숫자가 ‘0’이 될 때까지 정부도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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