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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이 키운 태권 전사…“이 기세 그대로 파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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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년 만에 다시 세계태권도선수권 정상에 오른 배준서. 이번 대회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태권도 스타 이대훈 코치의 지도를 받고 실력을 끌어올렸다. 배준서의 최종 목표는 내년 파리올림픽 금메달이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4년 만에 다시 세계태권도선수권 정상에 오른 배준서. 이번 대회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태권도 스타 이대훈 코치의 지도를 받고 실력을 끌어올렸다. 배준서의 최종 목표는 내년 파리올림픽 금메달이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파리올림픽에 가기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나섰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네요. 단 하나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정상에 오른 배준서(22·강화군청)는 가장 먼저 ‘파리올림픽’을 이야기했다. 작은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최종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담은 한 마디였다.

배준서는 3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이 대회 남자 58㎏급 결승에서 러시아 출신의 게오르기 구르트시에프(개인중립자격선수)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이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다. 배준서에게는 지난 2019년 영국 맨체스터대회 우승(54㎏급) 이후 4년 만에 다시 목에 건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결승전에서 날카로운 발차기를 시도하는 배준서.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결승전에서 날카로운 발차기를 시도하는 배준서.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승부처는 8강전이었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무함마드 칼릴 젠두비(튀니지)와 맞닥뜨렸다. 접전 끝에 1라운드를 7-7 동점으로 마쳤지만, 난이도 높은 타격 횟수가 부족해 우세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특유의 연속 공격을 앞세워 9-0으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세를 몰아 3라운드에서도 접전 끝에 11-8로 이겨 역전승을 일궈냈다.

결승전은 압도적이었다. 1라운드에 먼저 한 점을 내준 뒤 곧장 반격해 10-2로 뒤집었다. 2라운드에서도 15-5로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배준서는 “젠두비와 맞붙은 8강이 최대 고비였다. 힘이 좋은 상대의 초반 공세에 당황했지만, 고비를 잘 넘겨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남자 58㎏급은 국내에서도 최강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체급 최강자이자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장준(한국가스공사)이 건재하다. 한 체급 아래인 54㎏급 1인자 박태준(경희대)도 올림픽 무대에서는 58㎏급에서 경쟁한다.

배준서의 별명은 ‘작은 거인’이다. 신장 1m82㎝인 라이벌 장준을 비롯해 상위 랭커 대부분이 1m80㎝ 이상인 이 체급에서 1m72㎝의 작은 키로 맞선다. 대신 플레이스타일이 맵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상대 선수와 거리를 좁힌 뒤 압도적인 체력을 앞세워 쉴 새 없이 발차기를 한다. 그래서 해외 선수들은 그를 ‘코리안 좀비’로 부른다.

배준서는 “경쟁자들보다 체격이 작다 보니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다”면서 “어릴 때부터 틈날 때마다 산을 뛰며 근력과 체력을 키웠다. 접근전에선 누굴 만나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키가 10㎝나 더 큰 장준을 두 차례 꺾었다.

이대훈

이대훈

배준서를 58㎏급 정상으로 이끈 인물은 은퇴한 태권도 스타 이대훈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그는 현역 시절부터 친분이 깊은 후배 배준서를 집중적으로 조련해 압도적 기량을 갖춘 태권 전사로 키워냈다. 공격적인 운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면서 배준서의 실력을 끌어올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 공인 올림픽 랭킹 8위인 배준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4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편 이번 대회 기간 중 WT 선수위원으로 출마한 이대훈 코치는 앞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 코치는 “선수위원의 역할은 스포츠의 힘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있다. 선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업무를 맡아야 한다”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후배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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