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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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중국군이 대대적인 군사개혁 조치를 시행하며 기존의 병력집약적 군대에서 기술집약적 군대로 탈바꿈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군’ 하면 연상되는 것은 ‘물량’이다. 한때 인민해방군은 5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병력을 가진 세계 최대의 군대였고, 지금도 규모 면에서는 미군을 능가하는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군은 질적으로도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주변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질적으로 향상된 무기체계들이 물량 면에서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 척에 싸게는 수억 달러에서 비싸게는 수십억 달러씩 하는 전투함들을 매년 몇 척씩 뽑아내고 있다. 신형 전투기도 각 기종을 모두 합하면 100대 단위로 만들고 있다.

2021년 훈련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군. 신화통신

2021년 훈련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군. 신화통신

사실 ‘물량전’의 원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압도적인 물량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나라다. 미국은 전쟁 중 M4 셔먼 전차를 5만 대 이상 찍어내 전장에 뿌려댔고, 당대 최대 폭격기였던 B-17 1만 2000여 대, B-24 1만 9000여 대 등을 마치 복사하듯 찍어내 하늘을 폭격기로 새까맣게 덮었다. 바다에는 100척이 넘는 항공모함과 330척 이상의 구축함, 2000척의 수송선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비며 독일과 일본을 그야말로 질리게 했다.

레닌은 “양은 곧 질이다”라고 했다. 걸프전 이후 각국은 무기체계의 압도적인 질적 우위를 점하면 양적 우위의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지적이고 짧은 기간의 전쟁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면전 형태로 장기간 지속되는 전쟁에서는 무기체계의 질 만큼이나 양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오늘날, 양 진영은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고성능의 무기체계들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거나 찍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해군 수뇌부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물량전’을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클 길데이(Michael M. Gilday) 미 해군참모총장은 현재 이탈리아계 미국 기업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Fincantieri Marinette Marine)에서 독점적으로 건조 중인 차세대 호위함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을 다른 조선소에서도 건조할 수 있도록 법적·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초도함이 건조 중인 컨스털레이션급은 미 해군이 연안전투함(LCS : Littoral Combat Ships) 사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한 차세대 호위함 사업, FFG(X)의 산물이다. LCS를 납품하고 있던 록히드마틴은 프리덤급(Freedom class) 설계를 바탕으로 한 모델을, 오스탈 USA는 인디펜던스급(Independence class)을 확대 개량한 모델을, 헌팅턴 잉걸스는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Legend class) 경비함을 기반으로 설계한 모델을, 스페인 나반티아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스페인 해군 알바로 데 바잔급(Alvaro de Bazan class) 설계를 바탕으로 개량한 모델을 이 사업에 제안했지만, 최종 승자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의 FREMM급 개량형이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해군의 FREMM 설계를 기반으로 한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렌더링 이미지. 핀칸티에리(Fincantieri)

이탈리아 해군의 FREMM 설계를 기반으로 한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렌더링 이미지. 핀칸티에리(Fincantieri)

원래 미 해군은 컨스털레이션급을 20여 척 정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실패작이기는 하지만 꾸준한 개량을 통해 신뢰성을 어느 정도 회복한 LCS가 20척 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컨스털레이션급의 승조원은 200여 명, LCS의 승조원은 100명대 초반이다. 한국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 해군은 LCS를 그럭저럭 고쳐 써 가면서 컨스털레이션급과 함께 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해군력의 급격한 팽창과 질적 향상은 그런 미 해군 수뇌부의 생각을 고쳐먹게 했다.

길데이 총장은 미 의회에 2개의 조선소에서 각각 2척씩, 매년 4척의 컨스털레이션급을 조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현재 운용 중이거나 곧 진수될 예정인 LCS들을 일선 전투임무가 아니라 기뢰제거 등 지원 임무용 함정으로 용도 변환해 달라는 요청도 의회에 제출했다. 길데이 총장은 LCS를 용도 전환하고 컨스털레이션급을 매년 4척씩 건조해 최소 40척, 최대 50척의 컨스털레이션급 전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컨스털레이션급은 탈냉전 이후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수량이 건조된 미군 전투함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해군은 컨스털레이션급을 ‘호위함(Frigate)’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기준에서 봤을 때 이 배는 ‘구축함(Destroyer)’에 해당하는 군함이다. 길이 151m, 폭 20m, 만재배수량 7400톤인 이 배는 한국이 ‘구축함’이라고 분류하는 길이 149.5m, 폭 17.4m, 만재배수량 5500톤인 충무공 이순신급보다 훨씬 크며 중국의 현용 주력 방공구축함으로 길이 156m, 폭 18m, 만재배수량 7500톤급인 052D형에 필적한다.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예상 오퍼링. 핀칸티에리(Fincantieri)

‘컨스털레이션급(Constellation class)’ 예상 오퍼링. 핀칸티에리(Fincantieri)

컨스털레이션급은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 class)이나 2020년대 후반부터 배치될 차세대 구축함 DDG(X)를 보조하는 전력이 될 예정이지만 전체적인 전투 능력은 초기형 알레이버크급을 능가하는 강력한 전투함이다. 보조 전력인 ‘호위함’으로 분류되지만 레이더도 이지스 레이더를 적용했고 전투체계 역시 이지스 전투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급에 사용되는 AN/SPY-6(V)3 AESA 레이더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제작된 최신형 레이더로 신형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에 탑재되는 AN/SPY-6(V)1의 37개 RMA(Radar Module Assembly) 모델을 9개 RMA 버전으로 축소한 버전이다. ‘축소 버전’이지만 레이더 성능 자체는 현용 주력 이지스 레이더인 AN/SPY-1D(V)와 비교했을 때 탐지거리·처리능력 모두 대등 이상이다.

적용되는 전투체계 역시 최신형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이지스 베이스라인 10(Aegis Baseline 10)이다. 이 전투체계는 기존 베이스라인 9 계열과 달리 업그레이드와 신규 무장 통합이 용이하도록 개방형 아키텍처가 적용돼 확장 잠재성이 매우 뛰어난 전투체계다. 즉 이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는 컨스털레이션급에 차후 큰 개조 없이 탑재될 수 있는 무장의 폭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이 전투함의 주요 미사일 무장은 사거리 185~555km에 달하는 NSM(Naval Strike Missile) 16발,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을 수직 발사할 수 있는 Mk.41 VLS(Vertical Launching System) 32셀이다. 물론 이 수직발사관 숫자는 함체에 많은 여유 공간이 있는 만큼 더 확장될 수 있고 미 해군에서도 VLS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 VLS에는 3종류의 방공 무장이 들어간다. 기본 방공 무장으로 동시 다목표 교전 능력이 크게 향상된 사거리 167km의 SM-2 블록 IIIC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은 물론 지상·해상 표적 타격도 가능한 최신형 SM-6 블록 1B, 초음속 대함 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ESSM 블록 2가 들어간다. 여기에 타격용 무장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탑재된다. 즉 컨스털레이션급은 대공·대함·대잠·대지 작전이 가능한 전투함이고, 전반적인 전투 능력에서 현용 알레이버크급과 대등 이상의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급 호위함의 센서와 무기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핀칸티에리(Fincantieri)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급 호위함의 센서와 무기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핀칸티에리(Fincantieri)

길데이 총장이 미 의회에 보고한 것처럼 미 해군은 이런 고성능 전투함을 매년 4척씩 건조하려 하고 있다. 컨스털레이션급을 연평균 4척씩 도입할 때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I 전투함도 연평균 2~3척씩 도입할 예정이고, 오는 2030년부터는 1만 3500톤급의 대형 구축함인 DDG(X)도 연평균 1~2척씩 조달될 예정이다. 미국이 이 정도 속도로 고성능 전투함을 대량 조달하는 것은 냉전 붕괴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핵심 반중(反中) 동맹국인 일본도 고성능 전투함 대량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 예산을 2배 증액하고 대규모 군비 강화를 선언한 일본은 최근 해상자위대의 건함 계획을 대폭 조정했다. 방위성은 미쓰비시중공업(MHI)·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2개 조선소에 이른바 ‘신급(新級) FFM’ 설계 및 건조를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오는 8월 31일 제안서 제출 마감인 이 사업의 핵심은 현재 대량 건조 중인 모가미급(もがみ型) 호위함의 후속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방위성은 지난 2013년 말에 발표된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기존 46척의 호위함 상수를 54척으로 확대하고 기존 2000톤대 중소형 호위구축함(DE)을 고성능 전투함으로 대체하기 위해 5500톤 급의 모가미급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은 오는 2032년까지 22척의 모가미급이 건조되는 것이었지만, 최근 방위성이 MHI와 JMU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이 계획은 대폭 수정돼 모가미급은 오는 2026년 12번함을 마지막으로 건조가 종료될 예정이다. 방위성이 모가미급 도입 수량을 축소한 이유는 함의 크기와 성능이 요구사항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23일 진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신형 모가미급 호위함 야하기(やはぎ). 일본 해상자위대

2022년 6월 23일 진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신형 모가미급 호위함 야하기(やはぎ). 일본 해상자위대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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