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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커지는 ‘中-北 전투기’ 지원론… 北, 공군력 환골탈태할까(上)

중앙일보

입력

중국 군사동향을 감시하는 소식통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북한 전투기 공여설’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밀착하려는 행보를 보여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에 전투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는 ‘괘씸한 한국’을 응징하기 위해 북한에 군사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점점 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외신 인터뷰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다시 말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발언을 한 것이 중국 내에서 혐한 감정으로 번지고 있다.

우호적인 한·중 관계 유지를 위해 점잖은 외교적 수사로 대응했어야 할 중국 정부는 친강(秦刚)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다”이라고 협박한데 이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아예 사설에서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는 그 평가를 의심할 여지 없이 입증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인민일보는 해외 파견 특파원을 크게 늘렸는데, 내부 선전에 집중하는 인민일보의 성격상 해외 소식에 대한 지면 할애가 어려워 특파원들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민일보의 자매지이자 대외 선전용 매체로 창간된 것이 환구시보다.

환구시보는 공식적으로는 상업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중국공산당이 행사하는 매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구인 중앙선전부(中央宣傳部)가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고, 대외 선전용 매체인 만큼 통일전선부(統一戰線部)도 환구시보의 기사 작성과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런 매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의 군사전문채널인 환구군사(環球軍事)에는 궈커환위(國科環宇)라는 이름의 군사전문 블로거 명의로 북한에 J-10A 전투기와 KJ-200 조기경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기사도 올라왔다. 해당 기사에서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밀착해 중국에 개입하는 선봉 역할을 자처하니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F-16이나 F-15에 맞설 수 있는 J-10A와 KJ-200이 지원될 경우 북한의 공군 역량은 순식간에 증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10월, 국무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國家互聯網信息辦公室)이 ‘공인 온라인 언론매체’ 명단을 발표하며 철저한 언론 통제를 시행 중인 나라다. ‘공인 온라인 언론매체’란 중국공산당이 승인한 1358개의 언론매체로 모든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이 매체의 기사만 인용·전파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분을 받는다.

이는 공산당의 입장이나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은 언론을 통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반 언론도 이러할진대 관영 매체는 오죽할까? 즉, 환구시보의 ‘북한 전투기 지원론’ 역시 중국공산당의 입장에 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

중국의 젠-10 전투기. 중국군망(中國軍網)

중국의 젠-10 전투기. 중국군망(中國軍網)

사실 ‘북한 전투기 지원론’을 작성한 궈커환위는 중국군 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로 의심을 받아온 인물이다. 중국은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거나 선전하고자 할 때 소위 ‘군사 블로거’들을 활용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진과 영상을 게재해 왔다. 이렇게 공개되는 사진과 영상 대부분이 중국군 관계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 ‘군사 블로거’들은 대부분 중국군 또는 정부의 선전 요원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측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북한 전투기 지원설은 신뢰할만할까?

중국이 전투기를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는 첩보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은 물론 중동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바 있었다. 글로벌 방산정보전문지인 ‘택티컬 리포트(Tactical Report)’와 이집트 정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마흐무트 가말(Mahmoud Gamal)’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이집트 사이에 전투기 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JH-7A 전폭기 200여 대를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해당 기체를 이집트와 파키스탄에 염가에 판매하는 방안을 해당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물량은 북한에 군사지원 형태로 제공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200여 대의 JH-7A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JH-7A 전력의 거의 전부에 해당한다. 중국은 해군항공대(海軍航空兵)에 120여 대, 공군에 140여 대의 JH-7A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해군항공대 개편 과정에서 해항 소속 모든 JH-7A를 공군으로 이관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해항 보유 항공기 중 항모 이착함 불가 기종은 모두 공군으로 이관하는 한편으로 공군 전투기 전력도 운용 효율성 증대를 위해 기종 감소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JH-7A는 가까운 시일 내에 퇴역해 신형 기체인 J-16 계열로 교체가 유력시된다.

중국의 시안 JH-7A 전폭기.

중국의 시안 JH-7A 전폭기.

중국은 공군력 운용 효율성을 위해 전투기의 호환성 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능 하이엔드 전력인 J-20을 필두로 이를 보조하는 일반 전투기들은 모두 플랭커 계열과 J-10 계열로 정리될 예정이다. 플랭커 계열은 J-11B 시리즈와 J-16 시리즈로 정리되고, 이와 함께 J-10 계열이 대량 생산돼 기존의 J-7, J-8 계열을 대체할 예정인데, 개량형 J-11과 J-16 계열, J-10은 엔진과 레이더 등의 핵심 부품을 상당 부분 공유해 군수지원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JH-7 계열과 J-8 계열 도합 350여 대의 전투기가 도태 대상이 된다.

퇴역이 불가피한 J-8과 달리 JH-7A는 현재 시점에서도 준수한 성능의 전폭기다. J-11 계열의 WS-10 엔진이 개발에 난항을 겪었던 것과 달리 WS9의 엔진은 상당히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JH-7A라는 기체 자체의 성능도 초기형 JH-7과 달리 상당히 안정적이다. 이 전폭기는 최대 이륙중량 28.5톤급의 대형 기체인데, 외부에 최대 9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기계식 레이더 중에는 비교적 쓸 만한 JL-10A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어 중거리 다중 표적 동시 교전도 가능하다. 공대공·공대지·공대함 모든 임무에 폭넓게 쓸 수 있어 북한도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인 기종인데, 김정일이 지난 2010년 5월 후진타오 당시 국가 주석에게 30여 대 공여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로 그 전폭기다.

북한은 지난 2021년, 평안남도 순천공군기지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순천기지에는 평양 방공 임무를 수행하는 위장단대호 제1017군부대, 정식 명칭 제55항공연대가 주둔한다. 제55항공연대는 북한 최정예 부대답게 MIG-29 전투기와 Su-25 공격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부대가 주둔할 순천기지에서 지난 2년간 진행된 공사의 내용이다.

공사 기간 중 모든 군용기가 타 기지로 이동 배치됐던 순천기지에는 지난 4월 16일부터 10여 대의 항공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5월 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지하기지 진·출입로가 신설된 것과 활주로가 300m 연장된 것, 지상 격납고와 유도로 등이 새로 건설된 모습 등이 식별됐다.

2023년 5월 1일, 순천 공군기지 지하시설(격납고) 북측 출입구 밖 유도로에 항공기 10대가 있는 모습. CSIS beyondparallel

2023년 5월 1일, 순천 공군기지 지하시설(격납고) 북측 출입구 밖 유도로에 항공기 10대가 있는 모습. CSIS beyondparallel

MIG-29와 Su-25는 모두 최대 이륙중량 21톤 미만의 전투기들로 기존 2500m 활주로로도 충분했는데, 활주로가 연장됐다는 것은 북한이 이 기지에서보다 무거운 대형 항공기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순천기지에서 새로 식별된 2800m 활주로와 유도로(Taxiway), 신규 격납고 규격 등은 현재 중국군 JH-7A 운용부대 주둔 비행장의 표준 규격과 일치한다.

현재 수준의 JH-7A도 북한에는 대단히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다. ‘중국판 암람’인 PL-12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CM-802A 등 다양한 공대함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전폭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JH-7A는 작전반경이 1700km가 넘기 때문에 기존 북한군 최고 성능 기체인 MIG-29와는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JH-7A가 아닌 J-10A 개량형을 북한에 공급하는 경우이다. 환구군사의 궈커환위가 주장한 것처럼 중국이 북한에 J-10 계열 전투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 또는 분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돌았던 이야기다. 특히 최근 엔진 이슈 해결로 J-10C 대량 양산이 시작되면서 초기 생산분 J-10A 퇴역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기체를 북한에 보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보강하자는 주장이 중국 내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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