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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日 VS 中 해군 군비 경쟁 격화! 이대로 가면 3차 대전?(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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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사실 모가미급은 ‘2선급 호위함’이지만, 한국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급을 압도하는 강력한 전투함이다. ‘일본판 이지스 레이더’로 불리는 OPY-2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탑재되며 370km 반경 내에서 기존 이지스함과 대등 이상의 표적 정보 처리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더해 ‘일본판 NIFC-CA(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로 묘사되는 화력통제네트워크(FCN : Fire Control Network)를 갖춰 조기경보기·전투기·동료 전투함과 실시간으로 표적 정보를 공유하며 협동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가미급은 Mk.41 VLS(Vertical Launching System) 16셀만 갖출 예정이지만 1~6번 함은 VLS 없이 진수됐다. 지난해 예산 편성을 통해 VLS 설치가 확정됐는데, 일본의 국방예산이 2배로 증액된 마당에 이 거대한 전투함에 고작 16셀의 VLS만 장착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은 이 VLS에 사거리 50km의 ESSM 함대공 미사일은 물론, 03식 지대공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된 장거리 대공 미사일인 ‘신형 장사정 함대공 미사일’도 탑재할 예정이어서 모가미급은 최소 32셀, 많게는 48~64셀의 VLS를 갖출 전망이다.

모가미급은 여기에 더해 사거리 400km의 17식 대함 미사일 8발도 탑재한다. 일본이 최근 토마호크 미사일을 대량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17식 대함 미사일과 별개로 토마호크 미사일도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과도기 전력으로 운용하고, 17식 대함 미사일을 기반으로 스텔스·장사정화된 신형 함대지 미사일도 대량 도입할 예정이어서 모가미급 역시 이 미사일을 탑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기동하는 JS 모가미함. navalnews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기동하는 JS 모가미함. navalnews

방위성이 미쓰비시중공업(MHI)과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 조선소에 요구한 ‘신급 FFM’은 기존 모가미급보다 더 커질 예정이다. 사실 MHI는 방위성 내의 이러한 기류를 미리 읽고 지난 2019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때 FMF-AAW라는 명칭의 설계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 호위함은 기존 모가미급을 확대 개량한 모델로 길이 160m, 폭 18m, 만재배수량 8500톤에 달하는 사실상의 구축함이다.

FMF-AAW는 기존 OPY-2 AESA 레이더 T/R 모듈 숫자를 늘려 탐지거리와 처리 능력을 크게 확대한 대형 레이더가 탑재되며, 함대공 미사일 탑재용 VLS만 64셀을 갖추고 있다. 함대지 미사일 탑재용 VLS가 별도로 16셀, 함대함 미사일 탑재용 VLS가 8셀이 있으며, 사용자 요구에 따라 VLS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방위성이 요구한 ‘신급 FFM’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10척 이상이 건조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일본은 같은 시기, 기존 무라사메급(むらさめ型, 6200톤)과 타카나미급(たかなみ型, 6300톤) 구축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구축함 ‘07DD’급 14척과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イージスシステム搭載艦)’으로 명명된 2만톤급 이상의 초대형 전투함 2척도 전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5500톤 모가미급 12척, 8500톤 규모의 신급 FFM 10척, 8000~1만톤급의 07DD 14척, 2만톤 이상의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 2척 등 26척의 중·대형 전투함을 찍어낸다는 것이다.

2022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차세대 호위함인 모가미급 6번함 명명식과 진수식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 해상자위대

2022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차세대 호위함인 모가미급 6번함 명명식과 진수식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 해상자위대

냉전이 격화돼 일본 해상자위대에 소련 태평양함대 대응 역할이 주어졌을 때도 이 정도 수준의 해군력 증강은 없었다. 일본이 이처럼 해군력을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미국도 탈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건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의 해군력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해군은 작고한 ‘중국 해군의 아버지’, 류화칭(劉華清) 제독이 보고 있다면 내세(來世)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력도 착실하게 강화되고 있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상전투함 전력의 성장이다. 중국은 신규 전투함을 대량으로 전력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노후 전투함들도 현대화·성능개량을 진행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전력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국은 향후 10년간 알레이버크급과 컨스털레이션급을 합쳐 연평균 6~7척, 일본은 모가미급·신급 FFM·07DD·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을 합쳐 연평균 3척의 고성능 전투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건함 사업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고, 향후 10년 동안에도 비슷한 속도와 규모로 진행될 중국의 대규모 함대 강화 사업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1만 3000톤급 055형 구축함 8척, 7500톤급 052D형 구축함 25척, 4000톤급 054A형 30척 등 무려 63척의 중·대형 전투함을 찍어냈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055형 구축함 8척, 052DL형 구축함 최소 12척, 6000톤급으로 확대 개량된 054B형 호위함 최소 18척 등 38척이 추가될 예정이다. 물론 이는 건조 확정이 발표됐거나 건조 공사가 진행 중인 것들만 포함한 수치이므로, 향후 10년 이내에 중국이 건조할 전투함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중국의 054A형 구축함. SCMP

중국의 054A형 구축함. SCMP

미국과 일본의 건함 사업이 전투함 규모 확장·전력화 일정 단축·도입 규모 확대와 같은 추이를 계속 유지할 경우 중국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건함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 있다. 계속해서 개량형이 등장하고 있는 052D 방공구축함 시리즈와 054B 다목적 호위함의 케이스는 이미 대량 배치된 이 전투함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이미 25척을 찍어낸 052D 방공구축함의 개량형인 052DL 모델을 대량으로 동시 건조 중이다. 다롄 해군 조선소에서만 5척이 동시 건조 중인데, 신규 건조되는 052DL 모델은 레이더를 신형으로 교체했고 스텔스기 탐지를 위한 카운터 스텔스 레이더가 추가됐다. 해상작전헬기도 신형 Z-20으로 교체됐는데, 이에 따라 소나 시스템도 신형으로 교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052DL은 확인된 것만 12척이 건조 중인데, 중국은 이와 별개로 기존 052D 초기형에 대한 대규모 성능 개량 작업도 진행 중이다. 052D의 초도함인 쿤밍(昆明)이 취역한 지 9년밖에 안 된 전투함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빠른 일정이지만 중국은 배 전체를 갈아엎다시피 개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개조 포인트는 위상배열레이더와 사격통제레이더 교체, 동력계통 교체와 헬기 격납고·헬리패드 변경이다. 레이더는 기존 346형 레이더를 개량형인 346B형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346B형은 갈륨비소(GaAs) 반도체 대신 새로운 소재인 질화갈륨(GaN)을 사용해 레이더의 탐지거리와 정밀도, 처리능력을 크게 향상한 모델이다.

동력계통을 갈아 치우는 것도 바로 이 신형 레이더의 출력 증대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중국의 이러한 급격한 052D 계열 개량 작업은 최근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세대교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알레이버크급의 레이더를 교체한 최신형 플라이트 III 모델을 내놓은 것처럼 중국 역시 346B형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052D 시리즈로 응수한다는 것이다.

중국 052D급 구축함. Navalnews

중국 052D급 구축함. Navalnews

중국 대양함대의 양적 주력인 054A 전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은 이미 대량 건조된 054A형 호위함을 보조 전력으로 돌리고, 항모전단 호위와 원양작전에 특화된 확대 개량형인 054B형 대량 건조를 진행 중이다. 현재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동시 건조 중인 것이 식별된 이 호위함은 이르면 올해 말에 진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배도 말이 ‘호위함’이지 구축함급 체급으로 확대됐다.

상업용 위성사진으로 식별된 이 군함은 길이 147m, 폭 18m로 기존 054A형의 길이 134m, 폭 16m보다 훨씬 커졌다. 만재배수량은 6000톤급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기존에 중국이 ‘구축함’으로 분류한 052B형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054B형 호위함이 ‘미니 055형’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이 전투함에는 346B형 위상배열레이더의 모듈 축소형이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체가 기존 054A보다 아주 커진 만큼 레이더 설치 형상도 4면 고정형 또는 2면 회전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월 촬영된 항공사진에서는 052D형과 유사한 형상의 B-포지션이 설치된 것이 식별돼 054B가 기존 054A보다는 052D에 가까운 형태로 건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도 하다.

1월 21일 후동 조선소에서 촬영된 위성 이미지. 054A형 호위함과 유사한 완전한 선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1월 21일 후동 조선소에서 촬영된 위성 이미지. 054A형 호위함과 유사한 완전한 선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이 054B의 덩치와 성능을 키운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보조 전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팽창에 놀라 대규모 건함 계획을 수립하고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고, 중국 역시 미·일 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 계획을 더욱 확대하는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주요 강대국들의 블록화와 세력 경쟁은 필연적으로 해군 군비 경쟁을 불러왔고, 해군 군비 경쟁의 말미에는 반드시 세계대전이 터졌다. 20세기 초 주요 강대국들은 드레드노트(Dreadnought) 등급의 전함 건조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 1차 세계대전을 벌였다. 이후에는 워싱턴 군축 조약으로 해군 군비 경쟁을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뒤에서는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해군력을 증강하다가 결국 2차 대전을 맞이해야 했다.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이 완전히 배치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초강대국으로서 병립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폭발적인 해군 군비 경쟁이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충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간에는 한반도와 대만이라는 불쏘시개도 존재하니 어찌 보면 1·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주변국은 특별 예산까지 편성해 군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나 홀로 태평한 한국을 보면 120년 전 대한제국이 정확하게 오버랩 된다. 소련 혁명가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만과 ‘국뽕’, 내부 정쟁에만 몰두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망국의 길을 걸었던 20세기 초 대한제국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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