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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파토’가 나나, ‘파투’가 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무언가 일이 잘못되는 경우 ‘파토’가 났다는 말을 많이 쓴다. “약속이 파토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토를 놓았다” “결혼이 파토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토를 냈다” 등처럼 쓰인다.

이렇게 사용되는 ‘파토’는 표준어일까? 자주 쓰는 말이라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는 ‘파투’다. ‘파투’는 한자어로 깨뜨릴 파(破)와 싸움 투(鬪)로 이뤄져 있다. 직역하면 싸움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즉 싸움판이 깨져서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정확하게는 화투 놀이에서 무언가 잘못돼 판이 무효가 되는 것, 또는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화투의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경우에 일어난다. 이러면 무효가 되므로 화투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점차 일이 잘못돼 흐지부지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따라서 앞의 예문은 “약속이 파투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투를 놓았다” “결혼이 파투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투를 냈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파투’라고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도 “사람들의 실생활 언어 습관을 보면 ‘파투 나다’보다 ‘파토 나다’의 빈도가 훨씬 높다고 생각되는데 ‘파토 나다’가 표준어가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올라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언중에게 쓰임이 많은 표현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파토’는 ‘파투’의 잘못이므로 ‘파투’로 표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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