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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切磋琢磨(절차탁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의 제자 자공이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지만 교만하지 않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래, 그것도 좋지만”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곤 지난 4일 자 지면에서 살핀 적 있는 “가난하지만 즐겁고, 부자이지만 예를 좋아하는 것(貧而樂, 富而好禮)만은 못하다”는 말로 답했다. 그러자 자공은 “『시(詩)』에 나오는 (가죽이나 옥돌을 다루는 장인이) ‘자르고, 다듬고, 쪼고, 가는 것처럼 하라’는 시구가 바로 그런 의미인가요”라고 물었다.

切 : 끊을 절, 磋 : 갈 차, 琢 : 쫄 탁, 磨 : 갈 마. (가죽을) 끊어 다듬고, (옥을) 쪼아 갈듯이. 24x70㎝.

切 : 끊을 절, 磋 : 갈 차, 琢 : 쫄 탁, 磨 : 갈 마. (가죽을) 끊어 다듬고, (옥을) 쪼아 갈듯이. 24x70㎝.

아! 이처럼 빨리 알아듣다니! 장인들이 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가죽을 잘라 다듬고 옥을 쪼아 갈기를 계속하듯이, 우리도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자여도 교만하지 않은 단계’에서 멈출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난해도 즐겁고 부자여도 예를 좋아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게 공자의 속뜻이었다. 공자는 자신의 속뜻을 곧바로 알아채는 제자 자공이 대견했다. 이에 공자는 “자공은 비로소 나와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겠구나. 지나간 것을 말해주자 다가올 것을 알아채니 말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절차탁마(切磋琢磨)’는 공자와 자공 사이의 이런 대화로부터 탄생하였다. 『논어』에는 이런 식의 대화가 많다. 우리도 『논어』를 읽으며 더욱 절차탁마해야 할 것 같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