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문화재 돌려 받은 이탈리아 "교류 중단" 문화제재까지 동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도굴과 밀거래를 통해 해외 유명 박물관으로 빠져나간 문화재들이 올 들어 본국으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 박물관과 원소유국 간에 반환 합의가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올 2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2500년 전 만들어진 항아리를 이탈리아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대 그리스 화가 유프로니오스가 '신들의 사자' 헤르메스의 모습을 그려넣은 국보급 작품이다. 이에 앞서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박물관은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일부를 그리스에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거듭된 반환 요구에도 꿈쩍없던 유명 미술관을 차례로 굴복시킨 것은 관련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채찍과 당근'을 동원, 전방위 공세를 벌였다. 이는 게티의 사례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탈리아는 게티 미술관 큐레이터를 장물 거래 혐의로 기소하고, 현지 변호사를 통해 미술관과 협상에 나섰다. 여기에다 반환을 약속할 경우 그에 필적하는 유명 작품들을 장기 대여해 주겠다는 유인책도 더해졌다. 협상이 중단되자 이탈리아는 게티와의 모든 문화 교류를 단절할 수 있다는 폭탄 선언까지 했다. 문화재 공동 연구와 발굴.전시.대여 등을 원천 봉쇄하는 일종의 '문화 제재(cultural sanctions)'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위협은 메트로폴리탄과의 협상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