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꿈도 돈만 있으면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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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샤오페이양(小肥羊)이란 양고기 샤브샤브 가게를 운영하는 웨이궈쩡(危國增.43)은 요즘 가슴이 부풀어 있다. 늦장가를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신부와는 5년 전부터 사귀던 사이였다. 한데 결혼식만은 차일피일 미뤄왔다. 남들처럼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웨이는 천애 고아다. 결혼식에 참석할 가족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신부 측 가족 보기가 민망했다. 그러나 고민이 한꺼번에 풀렸다. 상하이에서 문을 연 '만사 OK'란 회사 덕분이다.

이 회사는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준다. 물론 적절한 비용과 수고비를 내야 한다. 웨이는 이 회사에 전화를 했다. 회사는 즉각 "부모와 형제자매는 물론 일가친척 역할을 할 사람까지 모두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언론들이 전한 내용이다.

닝보(寧波)에서 의류제조업을 하고 있는 진위장(金玉章) 사장은 지난해 거부가 됐다. 공장 부지로 확보해 둔 땅 옆에 공원과 학교가 생기면서 땅값이 10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진 사장은 '만사 OK'에 전화를 걸었다. '만사 OK'가 내건 '황제 꿈도 이뤄드립니다'라는 선전 문구를 본 직후다. '만사 OK'는 10만 위안(약 1200만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진 사장은 흔쾌히 비용을 납부했다. 며칠 뒤, 비록 하루지만 그는 선조와 같은 반열에 설 수 있었다.

황제가 되는 꿈은 어떻게 이뤄주는 걸까. '만사 OK'의 도우핑(竇平) 홍보담당 이사는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있는 야외촬영장에 고객을 위한 궁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황제를 위한 의복과 각종 집기는 물론 후궁.시녀.대신 등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총동원된다. 하루종일 황제처럼 먹고 마실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술도 제공된다.

상하이에는 최근 6개월 동안 '만사 OK' 같은 '꿈 이뤄주기(圓夢)' 회사가 10여 곳이나 문을 열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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