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韓에 대한 러시아 보복 한계 있을 것” "남북관계 별 영향 없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테렌스 로리그 미 해군전쟁대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관련) 한국에 보복하는 데 스스로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뉴스1

그는 "미래에 한국과의 경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게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며 "한국의 행동에 대응해 러시아가 한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 데 제약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측에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한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로리그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이미 재래식 무기는 여유분이 없고, 첨단 기술 제공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발생하는 상황 등을 가정해 "인도적 지원에만 머무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제가 있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로리그 교수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입장이 꽤 견고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다소 놀랐다"며 "미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막후에서 포탄을 제공해달라고 한국을 강하게 설득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한국의 무기 산업은 매우 효율적이고 널리 인정을 받고 있으며, 좋은 재료로 좋은 품질의 포탄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탄약을 소진하고 있고,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자체 생산한 탄약을 공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재고 보충의 좋은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그런(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결정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군수품을 한국이 많이 비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이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한 윤 대통령의 열망과 매우 일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남북관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CSIS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연 브리핑에서 무기 지원으로 한국이 입을 피해와 관련 "러시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미국과 폴란드에 탄약과 무기를 판매한 한국을 이미 교전국으로 간주한다"며 "한국은 이미 러시아의 분노와 적대감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한국과 대화에 관심이 없다"며 "남북관계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국이 교전국인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게 기존 정책과 충돌한다면, 나토 회원국의 무기 재고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