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J-POP 강타 일류가 11월의 한국 무대 휩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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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전문공연장 '멜론 악스'. 울트라맨 가면, 흰 티셔츠, 검은 타월 등으로 복장을 통일한 수백 명의 젊은이가 한데 어우러져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첫 내한 무대를 가진 일본 인기 여가수 고토 마키(21)의 공연 직전 그녀의 한국 팬들이 미리 분위기를 달궈놓은 것이다. 일본의 여성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 출신인 고토 마키는 솔로로 전향한 뒤에도 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한국어로 개사한 '스핀 토 나미다(맨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를 앙코르 곡으로 부를 때 2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일주일 전(11,12일) 일본 아이돌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 공연으로 달궈지기 시작한 J-POP(일본대중음악)의 열기가 최근 뜨겁다. 일본에서 아라시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 '윈즈(w-inds.)'는 25일 열리는 'Mnet KM 뮤직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 공연을 한다. 24일 멜론 악스에서 열리는 일본 애시드팝그룹 '파리스 매치'의 무대도 J-POP 매니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공연. 한국의 11월은 J-POP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니어는 힘이 세다=일본 정상급 가수들의 잇따른 방한은 국내 J-POP 매니어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은 바 크다. 고토 마키의 경우 지난해 아시아송 페스티벌과 지난 9월 쇼케이스에서 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고무돼 이번 내한 공연을 결정했다. 고토 마키의 한국팬은 13만 명에 달한다.

7월 말 아라시의 기자회견 장소인 인천공항에는 2000여 명의 팬이 몰렸으며, 9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서는 아라시의 팬클럽(18만8000명)이 한국 아이돌그룹 팬클럽 못지않은 결속력을 과시했다. 이번 내한 공연의 티켓은 예매 1시간10분 만에 매진됐으며, 공연 관련상품 판매액은 5억원에 달했다고 공연 관계자는 말했다.

1980년대 시작돼 90년대 'X-재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본격화된 J-POP의 인기는 2004년 일본 대중음악 완전개방을 맞아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인터넷 기반의 팬클럽도 J-POP 매니어들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줬다.

일본 음반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토 마키와 아라시의 방한에서 실감했던 한국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일본 음반업계가 상당히 고무된 상태"라며 "다른 가수들도 한국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J-POP의 동진(東進)?=사실 한국은 일본 음반업계에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음악시장 규모가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음반 판매량도 보잘것없다. 최근 가장 많이 팔린 J-POP 음반이 나카시마 미카의 것으로 5만 장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본 톱가수들이 한국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한 것은 한류로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과 한국 시장이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라시의 국내 음반유통을 맡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류의 성공 덕분에 한국이 일본 음반업계에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며 "한국 진출이 일본 내 활동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한류로 한국이 아시아 대중음악의 허브 역할을 함에 따라 일본 음반업계가 한국에서 기반을 닦은 뒤 한국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중국 및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진출, 이른바 서진(西進)전략에서 고배를 마신 일본 J-POP이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동진(東進)의 교두보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사이 아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에 일본 음반업계가 큰 자극을 받은 것도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에서 J-POP이 안고 있는 제약은 여전하다. 공연.음반판매 등은 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에는 나올 수 없다. 포니캐년 코리아의 조지현 과장은 "히트곡을 한국어로 개사해 불러도 일본색이 짙다는 이유로 지상파 전파를 타지 못하는 게 J-POP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때때로 불거지는 반일 감정도 큰 장벽이다.

그러나 한류의 지속을 위한 문화교류 측면과 일본의 체계적인 스타마케팅, 기획력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에서 J-POP의 한국 진출이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현목 기자


25일 첫 내한 공연 윈즈
"미국 대중문화처럼 한국 음악은 파워풀
개인기 · 퍼포먼스 탁월 비와 공연하고 싶어"

일본 아이돌그룹 윈즈(w-inds..사진)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25일 첫 내한공연(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성실하고 노력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한국 팬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많은 팬이 내한을 기다려왔다.

"이전부터 한국 문화에 흥미가 있었다. 훌륭한 뮤지션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 무대에 서고 싶었다."

-J-POP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본인들이 비.보아.세븐을 보면서 멋지다고 느끼는 것처럼 자국 가수들과 다른 매력을 일본 뮤지션들에게서 느끼는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그간 많은 왕래가 없어 서로에게 궁금증이 많았을 것이다. 비교적 대중음악 시장이 큰 일본의 경우 다양한 아티스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팬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Mr.children' 등의 일본 뮤지션은 한국에 진출해도 충분히 성공할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스타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음악이 발전하는 것 같다. 비와 세븐의 뮤직 비디오는 정말 훌륭하게 만들어졌으며, 우리도 늘 그들을 참고하고 있다. 특히 비와는 함께 공연해 보고 싶다. 한국이 미국적이고 파워풀하다면 일본은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친근함이 있다."

-한국 뮤지션에게서 배울 점과 가르쳐 줄 점이 있다면.

"비 등 한국 뮤지션은 개인기와 퍼포먼스가 매우 훌륭하다. 오랜 연습기간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뮤지션은 팬과 함께 성장하며 음악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모습보다는 끼를 가진 미완의 모습으로 등장해 점차 마디가 굵어간다. 그런 팬과의 밀착성은 다른 나라 뮤지션들이 배워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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