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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美권력 3위 하원의장 LA 회동 확인…中 "결연히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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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경유해 중미 국가 순방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을 LA에서 만난다.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이 미국 땅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카시(공화) 하원의장 사무실은 이날 "매카시 의장이 5일 미 LA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초당적 만남을 주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초청자 명단에는 피트 아길라르(캘리포니아·민주) 하원의원 등이 포함됐다.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을 미국 땅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하원의장 측이 공식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포토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을 미국 땅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하원의장 측이 공식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포토

차이 총통의 순방길에 동행한 장둔한(張惇涵)총통부 사무차장도 회동 사실을 확인했다. 장 사무차장은 4일 대만 자유시보에 "대만이 민주주의 국가와 소통하는 것은 2300만 대만 국민의 권리이며 중국은 논평할 여지가 없다"면서 '정의는 충분히 용감하며 악은 힘을 잃을 것이다'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구를 인용했다.

차이 총통이 중미 방문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형식으로 매카시 의장과 회동할 것이라는 예상은 언론에 이미 보도됐지만, 공식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차이 총통은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을 경유해 중미의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그는 뉴욕을 방문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고 다음 날인 30일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후 수교국 2곳을 순방한 뒤 5일 LA를 경유해 매카시 의장과 회동하고 대만으로 귀국하는 일정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3월 29일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순방을 시작하기 위해 출발하면서 탑승 게이트 근처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3월 29일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순방을 시작하기 위해 출발하면서 탑승 게이트 근처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이 공식 확인된 만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CNN이 전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언급하며 대만 고위 당국자의 미국 등 외국 방문이나 당국자 간 접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앞서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을 만났을 때도 중국은 대만 방문 자체를 문제 삼으며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브리핑에서 "과거 대만 총통과 마찬가지로 차이 총통은 미국을 6번 경유했으며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면서 "이에 대해 중국이 과잉 반응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는 정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중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면서 "중국에 과잉 반응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4일 '차이 총통의 미국 활동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접촉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4일 '차이 총통의 미국 활동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접촉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 측이 차이잉원의 경유 방문과 매카시 의장과의 만남을 안배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차이잉원의 경유 형식 방미를 허용하지 말고 미국 정부 요인·관리와의 만남이나 접촉을 마련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추적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LA 주재 중국 총영사관 측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엄중히 항의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일부 세력의 시도는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고 역사의 정의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같은 날 '차이 총통의 미국 활동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접촉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사실상의 '경고장'을 보냈다.

신문은 양측의 공식 접촉은 백악관의 묵인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면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부통령에 이은 서열 3위의 매카시 의장이 차이 총통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기에 용납할 수 없다면서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차이 총통의 방문에 대해 백악관과 하원의장의 입장이 다르지만, 대만 문제를 중국 억제 카드로 사용하려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미 하원의장이 하는 모든 일은 사실상 백악관의 묵인에 근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차이잉원-매카시 회동을 '도발'로 규정하고, 그에 맞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만 주변 바다와 하늘에서는 수일째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자유시보 등이 4일 전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4일 오전 6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20대와 군함 3척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포착됐다. 이에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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