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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美 도착에 군사 압박한 中…대만 주변해역에 함정 4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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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9일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오르자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날 경우 "결연한 반격"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해군 055급 구축함. 사진 중국해군

중국 해군 055급 구축함. 사진 중국해군

30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함정 4척을 포착했다. 대만군은 해당 해역에 자국 함정들을 파견해 중국군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지대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섰다고 자유시보가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대만 국방부는 차이 총통이 순방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 28일에도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 공·해역에서 중국군 소속 군용기 16대와 군함 4척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들어 30일 오전 6시까지 대만군이 대만 주변 공·해역에서 인지한 중국군 군용기는 341대, 군함은 109척으로 파악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에 연일 반발하고 있는 중국은 30일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또 다시 날을 세웠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국과 미국 양국 관계의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밝히고 "엄정하게 항의하며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관영 매체들의 비판 칼럼도 쏟아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은 이성을 잃은 절박한 도박꾼처럼 행동한다"며 "도박 판돈으로 그 자신뿐 아니라 대만의 운명을 걸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유 방문 후 그는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대만이 독립을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양안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며 "미국 정치인들이 '대만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흔들고 있다"고 미국을 향한 비판도 덧붙였다.

미국을 경유 방문한 차이 총통을 맞이하러 나온 환영 인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경유 방문한 차이 총통을 맞이하러 나온 환영 인파. 로이터=연합뉴스

쉬쉐위안 주미 중국대사 대리도 입장을 내놨다. 그는 "차이 총통의 미국행은 미·중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미국과 대만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공격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단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미국과 대만의 오래 지속된 비공식적인 관계, 또 미국의 변하지 않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한다"며 "중국이 공격적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차이 총통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첫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숙소인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연회 연설을 하며 "대만은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세계의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투자한 일을 언급하며 미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 역시 강조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숙소 주변에는 성조기와 청천백일기(대만 국기)를 들고 차이 총통을 맞이하러 나온 대만 교민들과 반대 시위를 하러 나온 중국인들이 함께 모여들었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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