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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은 美, 마잉주는 中…'결투 방문'은 고도의 연합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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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현직 총통이 각각 중국과 미국으로 향했다. 일부 매체에선 대만 내 친미·친중 노선의 대표 격인 두 인물의 ‘결투 방문(duelling visits)’이 사실상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첨예한 패권 다툼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연합술’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3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뉴욕에서 대만 교민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뉴욕에서 대만 교민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을 경유한 중미 순방과 마잉주 전 총통의 방중에 대해 집중 조명하면서도 상반된 해석을 실었다. 특히 차이 총통의 미국행 하루 앞에 이뤄진 마 전 총통의 방중에 대해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외교의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훼방”이라는 비판과 “중국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쿠션 역할을 맡아, 차이 총통이 미국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준 전략적 지원 사격”이라는 정반대 분석을 내놨다.

앞서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을 경유해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하는 9박 10일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첫 경유지인 뉴욕에 도착해 현지의 대만 교민들이 주최하는 연회와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소식통을 인용해 차이 총통이 뉴욕 경유 당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오는 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때 차이 총통은 LA에서 미국 의전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경우 차이 총통은 미국 하원 양당 대표를 만났다는 외교적 성과를 과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은 대면이 아닌 화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와 만날 경우,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 전 총통은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12일 일정의 중국 5개 도시 순방을 시작했다. 후난성에 위치한 조상의 묘소와 어머니의 모교를 방문한 뒤 충칭·상하이 등을 거쳐 오는 7일 귀국한다. 마 전 총통은 이번 일정에 대학생들을 대동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청년들의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SCMP는 “차이 총통은 워싱턴을, 마 전 총통은 베이징을 들르지 않으면서 마치 사적이고 일상적인 방문인 것처럼 가장했다”면서 “두 사람이 섬(대만)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경쟁 세력(미국과 중국)에 동시에 손을 내밀면서도 비공식적 행보로 꾸민, 한 편의 연극같은 순간”이라고 전했다. 또 “대부분 사람들은 차이 총통의 이번 순방에서, 과테말라와 벨리즈가 사실상 경유지고 뉴욕과 LA가 목적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방문은, 최근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손잡은 상황을 감안할 때 대만 안보와 외교에 미국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행보라고 명보는 전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만이 처한 곤경을 미국에 호소함으로써 ‘민주주의 섬(대만)’에 대한 서방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는 행보라는 것이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미국 경유 외교’에, 즉각 군용기 등을 동원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1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8대, 군함 4척을 대만 주변 공역 및 해역 등에서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 중 군용기 10대는 한때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만군도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함정들을 보내 움직임을 모니터링했다고 덧붙였다.

30일 대만 공군 F-16 중미 국가 순방 중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비행기 근처에서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 대만 공군 F-16 중미 국가 순방 중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비행기 근처에서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명보는 “이번 차이 총통의 미국 입국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면서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실제로 만날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의 특정 군사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한 전자전을 구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자전은 전자 장비를 활용해 적의 통신을 교란하거나 네트워크를 해킹해 피해를 주고 이를 아군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 활동이다.

또 명보는 친중 성향의 마 전 총통이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외교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차이 총통의 외교적 성과를 깎아내림과 동시에, 국제 사회에 ‘차이 총통의 목소리만이 대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SCMP는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마 전 총통의 방중은 중국의 격앙된 반응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면서 “표면적으로 친미‧친중 세력 간 ‘결투 방문’처럼 보인 이번 전·현직 두 총통의 미국·중국행의 이면에는 수많은 외교적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중국 방문중 후난성 공산당 서기와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중국 방문중 후난성 공산당 서기와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어 두 매체는 두 인물의 엇갈린 행보는, 미·중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 낀 대만이 선택해야 할 ‘최선의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결론냈다. SCMP는 “윈스턴 처칠이 말했든, 협상은 전쟁보다 낫다(Jaw-jaw is better than war-war)”면서 “(차이와 마의 행보는) 강대국 패권 경쟁 시대에 번영을 원하는 나라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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