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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방사성 핵종에 노출되면 해양 미생물 군집 구조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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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주한일본대사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주한일본대사관 제공]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방류되면 바닷물과 해저 퇴적토의 미생물 구성이 달라지고, 미생물의 유전자 활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국민 화생방 재해 방호 국가 중점실험실' 소속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H-3)와 탄소-14(C-14)에 노출됐을 때 해수와 퇴적토의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한 논문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방류 염두에 둔 실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생물 군집 전체의 리보솜 RNA (16S rRNA)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탄소·질소·인 대사와 유기물 분해에 간여하는 미생물 종류 사이에서 상대적인 비율이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여러 유전자 가운데 일부는 발현이 억제되고, 일부는 증가하는 등 유전자 발현 수준이 크게 달라졌는데, 특히 영양물질 순환과 관련된 유전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 방사성 물질 처리수(오염수) 방류를 염두에 두고 실험을 진행했지만, 방사성 핵종 노출 수준은 훨씬 높았다.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 저장된 오염수의 방사능 수준은 삼중수소의 경우 L당 10만~1000만 베크렐(Bq), 탄소-14의 경우는 100~1만 Bq/L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삼중수소 기준으로 1000 Bq/L 수준으로 처리·희석해 방류할 방침이다.

해수·퇴적토 영양염류 감소 

중국 연구팀의 방사성 핵종 노출 실험 세팅. 삼중수소 농도와 탄소-14 핵종의 농도를 달리해서 실험을 진행했고, 농도별로 3개의 세트(5L)를 설치해 60일간 진행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중국 연구팀의 방사성 핵종 노출 실험 세팅. 삼중수소 농도와 탄소-14 핵종의 농도를 달리해서 실험을 진행했고, 농도별로 3개의 세트(5L)를 설치해 60일간 진행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중국 연구팀은 5L의 바닷물에 퇴적토를 넣고 수온을 23.8~24.5도로 유지하면서 60일간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하루 중 12시간 동안은 5000 럭스의 빛을 비췄고, 12시간마다 10분 동안 멸균한 공기를 바닷물에 주입했다.

연구팀은 미생물 군집을 방사성 핵종에 노출했는데, 삼중수소 노출 실험1(T1 실험)은 3700 Bq/L, 삼중수소 노출 실험2(T2 실험)는 3만7000 Bq/L)의 방사능을 주입했다.

탄소-14를 넣는 실험 1(C1 실험)과 실험2(C2 실험)에서도 방사능이 각각 3700 Bq/L와 3만7000 Bq/L가 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삼중수소와 탄소-14를 함께 넣는 실험(T2+C2 실험)에서는 삼중수소와 탄소-14를 3만7000 Bq/L씩 넣었다.
방사성 물질을 넣지 않은 대조군과 5가지 각 실험(T1~T2+C2)은 동일한 조건으로 3세트씩 중복해서 실험했다.

방사성 핵종 노출과 바닷물 영양염류 농도(ppm) 변화. (A)무기인, (B)황, (C)암모니아, (D)질산염,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과 바닷물 영양염류 농도(ppm) 변화. (A)무기인, (B)황, (C)암모니아, (D)질산염,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분석 결과, 바닷물 속의 무기 인과 황·아질산염·질산염 등은 삼중수소 노출(T1, T2) 실험에서 12~70% 감소했다.

탄소-14 노출실험(C1, C2)에서는 35~48% 감소했다.

복합오염 실험(T2 + C2)에서도 황·질산염 수준은 20~29% 줄었다.

방사성 핵종 노출과 퇴적토 영양염류 농도(ppm) 변화. (D) 총인, (E) 무기인, (F)유기인, (G)암모니아, (H)아질산염, (I)질산염.[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과 퇴적토 영양염류 농도(ppm) 변화. (D) 총인, (E) 무기인, (F)유기인, (G)암모니아, (H)아질산염, (I)질산염.[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퇴적토의 경우는 방사능 핵종 농도가 높은 실험(T2 , C2, T2 + C2)에서 총인이 19~25%, 유기인은 66~79% 줄었고, 농도가 낮은 경우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퇴적토의 아질산염 함량은 86~109% 증가했다. 질산염 환원효소의 활성이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세균 종류별 비율 달라져

방사성 핵종 노출과 바닷물 미생물 군집 변화. 세균 군집을 문(門, Phylum) 단위로 구분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과 바닷물 미생물 군집 변화. 세균 군집을 문(門, Phylum) 단위로 구분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은 탄소·질소·인 대사와 유기물 분해에 간여하는 바닷물 세균 군집에서 상대적 풍부도를 변화시켰다. 군집 구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퇴적토에서는 삼중수소와 탄소-14 노출이 질소 순환과 관련이 있는 미생물의 풍부도를 변화시키고, 퇴적토의 질소순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됐다.

방사성 핵종 노출이 질소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발현 정도를 변화시켜 퇴적토에서 효소의 촉매 활성과 질소 대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질소 생합성과 분해 작용을 방해, 핵산과 아미노산 대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수생 생태계에서 탄소-14는 삼중수소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데, 탄소-14에 노출된 퇴적토의 미생물 군집에서는 탄수화물 대사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방사성 핵종 노출과 퇴적토 미생물 군집 변화. 세균 군집을 문(門, Phylum) 단위로 구분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과 퇴적토 미생물 군집 변화. 세균 군집을 문(門, Phylum) 단위로 구분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방사성 핵종 노출은 탄수화물 대사에서 필수 기능 유전자의 풍부함을 조절, 퇴적토에서 탄소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삼중수소 노출 후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미생물 군집 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축적할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방류 후 희석' 고려하지 않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해저 터널로 내보내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상류 수조가 콘크리트로 기본 틀이 만들어져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해저 터널로 내보내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상류 수조가 콘크리트로 기본 틀이 만들어져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염두에 둔 실험이었지만, 실제 후쿠시마에서 희석 후 방류가 이뤄질 때 예상되는 방사능 수준보다는 훨씬 높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현장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방류된 후 바다에서 방사능 핵종이 다시 희석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실험을 통해 방사성 핵종이 든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해양 미생물 군집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확인한 셈이다.

현재 해양에서 측정되는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배경 방사능 수준 (삼중수소는 0.05 Bq/L 미만, 탄소-14는 0.01 Bq/L 미만)과 비교하면, 향후 후쿠시마에서 희석·방류하려는 처리수는 방사능 수준이 최대 2만 배로 높은 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물의날 기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바다는 핵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 절대 다수의 뜻을 따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물의날 기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바다는 핵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 절대 다수의 뜻을 따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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