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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엎지른 뒤 다시 주워 담는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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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 쌓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하늘로 증발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국제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하루 170㎥씩 쌓인 오염수가 115만㎥이나 돼 골칫거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2011년 원전사고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동해까지 흘러든 게 확인된 만큼 다량의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문제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사실 부산 기장에는 2000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 2014년 설치된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지만 가동을 못 하고 있다. 11㎞ 북쪽 고리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올 수도 있다며 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는 용납되기 어렵다.

오염수 방류는 바다가 무한히 넓고 깊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바다는 무한하지 않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5일 채택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탓에 해양이 산성화되는 등 바다의 유한함을 지적했다.

지구 대기도 유한하다. IPCC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에너지와 탄소 포집·저장(BECCS) 기술을 강조했다. 광합성으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식물을 재배하고, 작물은 바이오에너지로 사용하고, 그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땅속에 묻는 기술이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고, 또 다른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차라리 처음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온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정부는 인공강우나 대형 공기 정화탑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에만 공기 정화탑 2000만 개가 필요하고, 한반도 전체에 비를 뿌리려면 수백 대의 항공기가 동원돼야 한다.

엎질러진 물처럼 오염물질을 배출해놓고 뒤늦게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주워 담으려는 어리석음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 20일 연안 정화행사를 앞두고 바다 쓰레기를 미리 뿌린 전남 진도군 공무원들이 대표적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문제는 점점 더 꼬일 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