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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 월성원전의 10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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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인근 바다 밑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 최고 높이 40m의 지진해일(쓰나미)이 해안을 덮쳤다. 1만5899명이 사망하고, 2529명이 실종됐으며, 6000여 명이 다쳤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이 녹아내리며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지구 자전축 흔든 동일본 대지진 #10년 동안 한국도 지진 잦아져 #반감기 짧은 오염수 삼중수소 #60년 보관해야 97% 사라져

10년이 지난 지금도 파괴된 원자로, 오염된 토양과 물, 주민 떠난 마을은 상처로 남았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도 지진 피해 걱정, 원전 오염수 방류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지진이 대부분 그렇듯이 동일본 대지진 역시 지각 충돌로 발생했다. 북미판과 태평양판이 충돌하면서 지구 자전축이 틀어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생겼다.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지는 바람에 하루가 0.0000018초 짧아졌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반도가 동쪽으로 1.6~3.32㎝ 이동한 것으로 분석, 2014년 1월 국가기준점 위치 값을 조정했다. 지진으로 흔들렸던 지구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2014년 이후 재조정한 바는 없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소속회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소속회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한반도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북미판이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 동북부에서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지각판이다. 한반도가 자리 잡은 유라시아판이 태평양판과 직접 충돌했다면 백두산이 분화했을 수도 있다. 포스텍 환경공학부 이윤수 교수는 “다행히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이 흔들리지 않았다”며 “중국 측에서 마그마에서 나오는 헬륨(He)을 관측했을 때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해 물을 주입한 탓이 컸지만, 2013년 백령도와 흑산도, 지난해 해남에서 나타난 잦은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해남 지진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대지진 발생 10년이 되면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수 교수는 10년 전 대지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 지진도 100만 년 단위로 보면 여러 강진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지진을 모두 이것의 영향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05년 후쿠오카 지진 때나 2016년 규슈 지진 때 부산까지 흔들렸던 점을 지적하면서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는 일본 남서쪽 지진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도 2017년 12월 국내 지진 조기경보 영역을 일본 대마도까지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일본발 지진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층 지도의 확보, 건물과 구조물 내진 설계 확대 적용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빗물과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쌓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우리 바다를 오염시킬까 신경 쓰이는 일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 탱크에 보관 중인 125만㎥의 오염수에 총 860조 베크렐(Bq)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평균 농도가 L당 68만8000Bq이다. 이를 기준치인 6만Bq/L보다 낮은 1500Bq/L로, 대략 460분의 1로 희석해서 내보내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지난 3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은 한국의 월성 원전 등 각국 원전에서도 매년 수십~수백 조㏃의 삼중수소를 기체나 액체 형태로 배출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한국 원전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을 희석 방류한다 해도 1500Bq/L이면 월성 원전보다 농도가 100배 이상 높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원전의 경우 2019년 액체 방사성 물질 31조3000억Bq을 냉각수를 사용해 6700분의 1로 희석했고, 농도를 13.2Bq/L로 낮춰 바다로 방류했다. 99.77%는 삼중수소였다. 삼중수소는 대부분 물 분자(H2O) 속 수소 원자 대신에 들어가 있어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켄 부셀러 박사는 지난해 8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염수를 60년 동안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감기가 12.3년으로 짧기 때문에 60년이 지나면 삼중수소의 97%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염 농도를 원전 수준으로 낮추려면 60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셈이다. 60년이 길다면 적어도 30년은 보관 후 방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30년이면 삼중수소의 80%가 사라진다. 일본 정부도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오염수의 70%에는 코발트-60, 스트론튬-90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반감기가 길고, 해저 퇴적물이나 어류 몸속에 잘 쌓여 사람과 환경에 잠재적으로 훨씬 위험하다. 방류 전에 이들 물질이 확실히 제거됐는지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