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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좋은 주택 비싸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아름다운 경관, 탁 트인 전망, 맑은 공기 등의 주거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아무리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아도 교통이나 편익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불편할 경우 주거지로서의 선택을 꺼리는 예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높은 대가를 치르는 경향이 있다.
74년께부터 개발된 서울평창동 주택단지가 북한산 등성이에 위치해 교통이 여의치 않은데도 오늘날 국내 최대 (약 30만평), 최고급의 순수주택단지로 형성된 것은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북악산·인왕산-북한산등을 동·서·남쪽으로 두고 있어 공기가 맑은데다 경치가 뛰어나다는데 있다고 부동산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곳의 1천2백 여 필지 중 6백 여 필지가 주택으로 조성됐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이 산등성이의 아랫부분택지가 교통이 조금 낫다해서 산꼭대기의 것보다 2배정도 비쌌으나 요즘은 공기가 더 맑고 산의 경치가 보다 잘 보이는 산꼭대기가 선호돼 가격이 같아졌다고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송구용 종로구지 회장은 말한다.
또 최근 80∼1백20평 규모의 대규모 빌라들이 북한산입구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6억∼10억 원씩 하는 이 빌라들이 미처 중개인의 손을 거칠 새도 없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것도 빼어난 경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도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으면서도 과천의 아파트 값이 강남의 일부지역을 제외한 서울의 다른 지역과 맞먹는 것도 주변에 청계산과 관악산을 끼고있어 공기가 맑고 경관이 아름답다는데 있다고 삼천리부동산(과천시 별양동) 김정표 대표는 전한다.
과천의 과천동·장군마을·청계산입구 등에 10억∼44억 원을 호가하는 10여 채의 저택을 포함한 70∼80여 채의 고급주택이 들어선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것.
중견간부급 회사원 최영식씨(40·경기도 의왕시)는 서울반포동의 H아파트에 살다 「삭막한 회색 빛 도시가 숨막혀 자연을 찾아」5년 전 주택이라곤 전혀 없었던 경기도의 한 산기슭으로 단독주택을 지어 이사했는데 『아이들이 커 학군에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양지바른 산기슭, 새들이 지저귀는 산책로, 맑은 약숫물 등을 포기할 수 없어 계속 살기로 아내와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심아파트 숲에서도 탁 트인 전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가기는 마찬가지.
서울압구정동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경우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로열층이 5∼8층(15층 기준)이었으며 비 인기 층인 1층과 15층의 가격이 같았으나 이제는 로열층이 7∼14층 정도로 바뀌었을 뿐더러 15층이 1층보다 비싸졌다고 공인중개사 박준복씨(신 현대중개사무소)는 전한다.
박씨는 사무소를 찾는 고객의 30%정도가 「전망이 트인 곳」 「강이 보이는 곳」등을 찾으며 그런 아파트가 매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한강변에 위치한 신동아 아파트(서울 서빙고 동)의 경우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46평형과 앞뒤가 주위 아파트로 막혀있는 55평형의 실제 거래가격이 같다고 대우부동산 강대필씨(서울 이촌동)는 전한다.
또 교통이나 학군 등의 이유로 할 수 없이 도심 한가운데 살지만 주말을 이용해 산천을 즐기려는 또는 가까운 장래에 도심을 벗어나 살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주말주택이나 전원주택 등이 80년대 들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국부동산문제연구소 이창훈차장은 말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양대 김기수교수(부동산학과)는 『대단위 공동주택 화, 전 국토 도시화가 이뤄지는 산업사회를 거쳐 개인 당 소득이 1만 달러에 달하는 후기 산업사회로 가면 생활공간이 개별화·환경위주 화되고 개성중심으로 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한국은 소득이 그에 못 미치나 소득의 격차가 큰 만큼 소득이 높은 층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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