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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도 타버렸나”...1년전 울진, 대구 앞산 산불 원인 오리무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오후 6시 5분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덕산(앞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6시 5분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덕산(앞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주택가 인근인 앞산에서 불이나 주민을 불안에 떨게 한 산불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은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증거가 모두 타버렸을 가능성이 있어 원인 규명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대구 앞산 산불, 현장 감식
대구 남구는 산불방지협회와 오는 9일 앞산(대덕산) 산불 발화지점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남구 관계자는 “당초 캠핑장이나 골프장 뒤편인 3부 능선에서 시작된 불이 송현동 방향으로 번지는 사진 등이 찍혔는데 이곳에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특히 캠핑장은 발화 예상지점과 600m 정도로 멀다”고 설명했다.

소방과 산림 당국은 지난 4일 오후 6시 5분쯤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4시간 25분만인 오후 10시 30분쯤 주불을 잡았다. 바깥쪽 불길로부터 직선거리로 300~400m 떨어진 곳에는 주택가가 밀집, 화재 발생 직후 관련 신고가 400건 넘게 쏟아졌다. 임야 4㏊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구청에 따르면 발화 예상지점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없다. 인근에 있는 절에 가기 위한 큰길에는 CCTV가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단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남구 설명이다.

지난해 울진 산불 원인도 아직 몰라 
특히 현장감식을 하더라도 증거가 다 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으로 번졌던 대형산불도 차 3~4가 지나간 뒤 도로 옆 배수로에서 불이 피어올라 산으로 순식간에 번진 장면이 인근 농가 CCTV에 찍혀 ‘차에서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현장감식을 나간 결과 모든 증거가 타버린 상태였다.

지난해 3월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화재로 9일 동안 산림 1만6000㏊가 타고 주택 259채가 소실돼 이재민 468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화재 원인과 범인을 찾지 못했다. 울진군은 조만간 기소 중지를 신청하고 추후 새 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건조한 날씨로 올해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산불이 이미 평년(127건)보다 1.5배나 많은 194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월 들어 하루 1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정부, 산불 방지 담화문 발표
행정안전부·소방청·산림청 등 5개 기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산불 예방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4월 30일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산림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돼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소각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고의로 산불을 내면 최고 15년 이하 징역이, 과실로 인한 산불 발생 시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산불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노력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 관심과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산불은 주로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으로 발생하는 인재(人災)”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논두렁·밭두렁을 태우거나 각종 쓰레기 소각 금지▶폐쇄된 등산로와 입산통제구역 출입 금지 ▶입산이 가능한 구역이라도 라이터·버너 등 산불을 유발할 수 있는 물품 소지 금지 ▶산림 또는 인접지에서는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 무단 투기 금지 ▶산불을 목격하면 지자체를 비롯한 가까운 산림과 소방당국에 신고할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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