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만석' 서울 100대 이 레스토랑…깜짝 놀란 주인의 정체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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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뉴는 허브입니다. 라구소스로 만든 핫 파스타로, 당도가 높은 파스닙 퓌레와트러플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포리스트 키친의 메뉴 중 하나인 허브. 비건이라는 컨셉에 맞춰 채소로 만든 라구소스를 곁들인 파스타다. 사진 농심

포리스트 키친의 메뉴 중 하나인 허브. 비건이라는 컨셉에 맞춰 채소로 만든 라구소스를 곁들인 파스타다. 사진 농심

지난 23일 점심시간, 잠실 롯데월드몰에 자리한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 직원의 능숙한 코스 메뉴 설명이 이어졌다. 파인다이닝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과 메뉴인데, 이곳은 여느 레스토랑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바로 비건 다이닝이다. 육류를 베이스로 하는 라구소스마저 채소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점심 코스는 9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메뉴가 비건이다. 개성주악·타코 등을 담은 아뮤즈부쉬인 작은숲, 감자를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아 튀겨낸 두백감자, 총알·잎새·송이버섯이 고기 식감 부럽지 않은 야생버섯, 해초에 누룽지를 곁들여낸 해초 등 모두 비건식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비건식으로 채워진 이곳은 평일엔 95%, 주말엔 만석일 정도로 인기다.

 농심이라는 브랜드가 느껴지지 않는 공간. 사진 농심

농심이라는 브랜드가 느껴지지 않는 공간. 사진 농심

취재를 위해 찾은 날도 평일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을 농심에서 운영한다는 것이다. 매장 곳곳을 둘러봐도, 기존 농심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요소는 없었다. 농심 외식사업팀의 김성환 상무는 “친환경과 가치소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체육 등의 비건 푸드가 친환경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비건 푸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비건 식문화를 열어간다는 운영 전략에 따른 컨셉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비건 푸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과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은 전문가들에고 인정받았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22 테이스트오브서울(Taste of Seoul) 100선’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국내외 미식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는데, 100개의 레스토랑 가운데 지난해 새롭게 오픈한 채식 레스토랑은 포리스트 키친이 유일하다.

농심의 변화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답게 라면과 스낵 중심의 사업을 펼쳐온 농심은 지난해 신동원 회장 취임 이후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하고 이전과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초 mz 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성수동에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가장 관심을 끈 코너는 신라면을 시식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로, 매운맛의 정도와 면발 종류, 건더기 스프 등 각자 취향껏 골라 끓여 먹을 수 있어 20분 만에 현장 예약이 마감됐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신라면 분식점을 구현한 팝업 스토어는 한 달간 2만6000명이 다녀갔다. 또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에 오만에 스마트팜 컨테이너를 수출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커리 브랜드, 티아시아. 사진 샘표 홈페이지

커리 브랜드, 티아시아. 사진 샘표 홈페이지

비단 농심만의 일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시장에서 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방향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장수 기업들의 변신이 흥미롭다. 샘표는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궜다. 이달 초 한 트위터 이용자가 샘표 홈페이지에 있는 우리맛 연구 보고서 링크를 공유했는데, 이를 계기로 방문자가 급증해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된 것이다. 보고서엔 2016년부터 연구해온 우리맛 결과가 담겨 있는데, 자주 먹는 채소부터 나물까지 각 식재료에 대한 정보와 어울리는 식재료, 레시피 등이 정리돼있다. 이러한 활동은 간장 회사가 아닌 종합식품회사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샘표는 간장이 카테고리별로 각 브랜드를 내세워 전문성을 강조한다. 인도와 태국에서 유명한 다양한 커리 제품을 선보이며 전지현 커리로 유명한 ‘티아시키친’과 이탈리아 정통 맛을 내세우며 다니엘 헤니 파스타로 소문난 ‘폰타나’ 등이 있다.

다양한 콜라보로 mz세대에게 사랑받은 대한제분 곰표. 사진 곰표

다양한 콜라보로 mz세대에게 사랑받은 대한제분 곰표. 사진 곰표

콜라보로 다양한 기존 브랜드에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대한제분의 장수 브랜드 ‘곰표’는 2018년 티셔츠를 시작으로 밀맥주·막걸리·팝콘·떡볶이 등 식품, 밀가루 쿠션, 핸드크림, 치약, 세제 등 뷰티·리빙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mz세대를 공략해 성공했다. 기존의 유통 채널을 반대로, 역발상을 꾀한 곳도 있다. hy는 지난해 서울 양천구에 무인 매장 '프레딧샵'을 열었다. 유제품·밀키트·샐러드 등을 파는 매장으로, 근무 시간과 자녀 양육 등으로 프레시 매니저와 만나기 어려운 30·40세대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을 일일이 찾아다니던 것에서,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살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식품 회사의 변화에 대해 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은 “식품 산업의 영역이 확대되고, 변화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식품회사로서는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대비하고 이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하”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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