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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인정한 ASML 발칵…中직원이 반도체 기술 빼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중국 법인의 전 직원이 제품 관련 기밀 정보를 빼낸 사실을 적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SML은 이날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뒤 내부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보안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나 LCD 제조 과정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것처럼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비를 말한다.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ASML의 제품이 없으면 삼성전자와 TSMC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어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로 통한다.

ASML은 도난당한 데이터에 대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이 자사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핵심 장비인 ASML의 노광장비 시스템과 관련된 세부 기술적 정보가 저장된 소프트웨어 저장소의 데이터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익명의 소식통이 블룸버그에 밝혔다.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협업과 제품 개발관리 등을 위해 기술 관련 정보를 저장해놓고 공유하는 곳에서 데이터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남성 직원이 지난 2∼3개월 동안 저지른 것으로 이 사실이 미국 당국에도 통지됐다고 다른 소식통이 말했다.

절도 혐의를 받는 이 직원이 중국 당국 등과 연관돼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 전 직원이 훔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ASML의 주장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EUV 관련 데이터일 경우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EUV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도 의혹은 지난 1년 새 ASML에서 중국과 연관돼 발생한 2번째 데이터 유출 사건이다. 최근 미국이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들에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해 달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2월 ASML은 중국의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기업인 둥팡징위안일렉트론이 ASML의 기술을 획득해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기술 절도’와 연관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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