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튀르키예 원정 온 배구 선수단…호텔 무너져 39명 전원 참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5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또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13일 기준 3만5000명에 육박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 옆을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13일 기준 3만5000명에 육박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 옆을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8일째인 13일 기준 양국에서 집계된 누적 사망자 수는 3만4878명이다. 튀르키예 사망자는 2만9605명이고 시리아 사망자는 약 5273명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실종 상태이며, 약 8만 명이 부상했다. 6400개 이상의 건물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003년 이란 대지진 사망자(3만1000명)를 뛰어넘으면서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12일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린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린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곳곳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 아래 수색 작업이 이어지면서 희생자 수 집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은 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USGS는 총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26%로 예상해 종전보다 2%포인트 올려잡았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진 발생 후 24시간 이내면 생존율은 74%이지만, 72시간이 지나면 22%로 떨어지고 5일이 넘어가면 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진 발생 일주일째인 12일(현지시간)에도 곳곳에서 생환 소식이 이어지며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최초 진앙지인 튀르키예 남부의 가지안테프에서 10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 하타이에선 11세 소녀 레나 마라디니가 160시간 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돼 후송됐다. 하타이에선 5세 딸과 아버지도 잔해 속에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원들은 부녀를 구하면서 "아름다운 소녀여, 너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왔단다"라고 말했다.

또 안타키야에서는 54세 남성이 156시간 만에, 아디야만에선 두 자매가 153시간 만에 구출됐다. 구조대원들은 잔해 더미에 깔린 생존자들의 구조 요청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대한 정숙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에선 무함마드 하비브(27)가 잔해에 깔린 채 구조작업이 이어진 10시간 동안 이슬람 경전 코란을 읊었다. 구조 직후 무함마드는 허공을 향해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구조대원들이 12일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해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구조대원들이 12일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해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인접국 북키프로스의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단이 배구 원정 경기를 위해 튀르키예의 남부 아디야만을 찾았다가 지난 6일 새벽 지진으로 참변을 당했다. 학생 24명을 포함해 학부모, 교사, 코치 등 39명이 묵고 있던 호텔이 강진으로 무너지면서 모두 숨졌다. 숨진 학생 대부분은 11~14세 어린 청소년이었다. 북키프로스 동부 연안 도시 파마구스타에서 12일 거행된 이들의 장례식에 수백여 명이 모여 애도했다.

생존자들도 겨울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진 피해가 큰 가지안테프 당국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머물지 마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이곳의 한 학교 교장인 아흐멧 컬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겨울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충격과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전역에서 1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가 큰 튀르키예 남부의 카라만마라슈에서 생존자들이 13일 쓰레기를 태운 모닥불 앞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진 피해가 큰 튀르키예 남부의 카라만마라슈에서 생존자들이 13일 쓰레기를 태운 모닥불 앞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경제단체 '튀르키예기업연맹'을 인용해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는 840억 달러(약 107조 원)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708억 달러(약 90조300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104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의 국민소득 손실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29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의 노동력 손실도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내 주택 재건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재난 구호금으로 현재 약 1000억 리라(약 6조7000억 원)를 배정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일의 규모 7.8 본진에 버금가는 강도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USGS의 경고가 나왔다. USGS는 최신 튀르키예 대지진 관련 보고서를 통해 3가지 향후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모 5.0~6.0대의 추가 지진이 이어지다가 여진 빈도가 줄어들 확률이 약 90%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규모 7.0 안팎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10% 정도"라면서 "이렇게 되면 본진 피해지역에 또다시 영향을 미치면서 추가 여진 빈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규모 7.8 본진과 같거나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다. 확률은 1% 안팎으로 예상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난 6일 새벽 규모 7.8 강진 이후 9시간 뒤 규모 7.5의 지진이 잇따랐으며, 11일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2000회 이상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에 튀르키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튀르키예 방문은 이번 대지진 발생 이전에 계획됐으나, 대형 재난 상황인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원조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