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든·룰라, 전임자 뒷담화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을 함께 걸으며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을 함께 걸으며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질에도 분열이 있지만, 미국보단 낫다.”

조 바이든(80)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CNN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 한 인터뷰에서 “분열은 좋든 싫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다만 브라질에는 혐오 문화가 없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이 분열을 언급한 배경에는 미국과 브라질이 겪은 초유의 ‘대선 불복 난동’ 사태가 있었다. 룰라는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극우 세력이 2021년 1월 6일 일으킨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 “세계 민주주의 상징이던 나라에서 누군가 의사당을 침공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브라질 대선 불복 시위대가 일으킨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충실한 모방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모두 노동조합·노동자·여성·흑인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룰라는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에서 12건의 소송에 걸려 있고 더 많은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며 “(보우소나루가 집권하던) 코로나19 기간 브라질 사망자의 절반이 연방 정부 탓에 숨졌기 때문에 ‘코로나 집단 학살’로 일부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민주주의 제도 및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대한 폭력에 규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의 강력한 민주주의는 최근 시험대에 올랐고 몹시 어려운 시험을 거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8일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의회·대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를 추인하려는 연방의회에 무단 침입해 난동을 일으켰다. 약 2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판박이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지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둘 다 확실한 증거 없이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해 폭동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룰라 대통령이 “그(보우소나루)의 세계는 가짜뉴스로 시작해 가짜뉴스로 끝났다”며 전임자를 비판하자 바이든 대통령도 “(내게도) 익숙하게 들린다”며 트럼프까지 싸잡아 비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미국 플로리다주에 머무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한 교회 행사에서 “몇 주 내로 브라질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가 대중 앞에서 귀국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