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80년간 신약 허가를 위해 거쳐야 했던 동물실험을 다른 실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가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지만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이다.
1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기존 연방 식품의약화장품법(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을 개정해 이 같은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 전 법에 따르면 미국에선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 확인을 위해 비임상시험 중 동물실험을 하도록 해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단계에서 생쥐와 같은 설치류 한 종과 원숭이 같은 비설치류 한 종에 대한 독성시험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10개 기업 중 9개는 동물실험에 성공하고도 정작 임상시험에서 실패해 동물실험 효과에 대한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개정된 법은 비임상시험에서 동물실험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포 기반 어세이(assay) ▶조직 칩 및 미세생리시스템▶컴퓨터 모델링 ▶기타 바이오프린팅 같은 비인체생물학기반 시험법을 제시했다. 또 개정된 공중보건법(Public health Service Act)은 바이오시밀러(의약품 복제약) 승인 신청시 필요한 독성 평가 규정에서도 이 같은 동물실험 대체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선 동물실험을 다른 방식으로 바로 대체하긴 어려울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동물실험 없이도 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FDA가 변화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 법 개정은 조직 칩이나 바이오프린팅과 같은 동물시험 대체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촉진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선 여전히 약사법에 의해 비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동물실험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윤리적 문제와 실효성 논란이 대두하며 ‘동물실험 대체시험법’ 추진과 관련 사업논의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