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질 전원 석방”/이라크/성탄절부터 내년 봄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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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영 “또다른 술책” 즉각 거부
【바그다드·니코시아·파리=외신 종합】 이라크는 18일 이라크에 억류중인 외국인 인질들을 오는 성탄절부터 내년봄까지 단계적으로 전원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미영은 이라크측의 이러한 제안을 거부,대 이라크 무력사용에 대한 유엔 결의안 승인지지 확대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는 이날 관영 INA통신을 통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대외평화의사를 밝히기 위해 오는 성탄절을 기해 인질 6백여명 석방을 시작으로 이라크·쿠웨이트 전략요충에 방패막이로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모두 석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회원국 외무장관과의 개별접촉을 위해 파리를 방문중인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측의 이같은 제의에 대해 『당초 그같은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지금 당장 석방해야 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단계적으로 석방하겠다는 것은 무고한 인명을 놓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후세인의 시간벌기책략 분석/군작전 최적기 제의 의혹 눈길(해설)
18일 이라크가 전격 발표한 성탄절부터 3개월여에 걸친 서방인 인질(약 2천명) 전원석방 방침은 시간을 벌기 위한 후세인의 작전이라는 것이 미국측의 분석이다.
미국의 이같은 「의심」은 19일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영국의 허드 외무장관이 만나 『이라크가 또다시 장난을 치는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선데서 잘 나타나 있다.
미국측이 이처럼 의혹을 갖는 이유는 이라크가 밝힌 12월25일에서 3월25일까지의 시한이 다국적군 입장에서는 최적의 공격기간이라는데 1차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기간은 중동 일원의 기온이 섭씨 20도를 오르내리는 서늘한 계절.
서방군이 제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후다.
이라크의 시간벌기 사유는 여러가지다.
부시 미 대통령이 밝힌 증파결정이 구체화된다면 실제 배치시기 완료는 1월 중순께로 미군의 대 이라크 공격위험성은 이 무렵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회교국들은 또 회교도의 금식행사인 라마단을 앞에 놓고 있다.
3월17일부터 4월14일까지 이어지는 이 라마단기간 동안 회교도들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단식은 물론 사실상 활동을 중지하는 휴지기. 회교율법에 투철한 사우디등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아랍국들의 발을 라마단까지 묶을 수도 있다.
결국 단계적 인질석방이 호응을 얻는다면 이라크로서는 미국의 강공의지에 찬물을 끼얹으며 서방진영의 분열을 유도해 볼 수 있고 아울러 최대한 4∼5개월은 더 버틸 수 있는 일거양득의 비책이 되는 셈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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