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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준표도 후원 받았는데…" 이재명, 檢서 내민 진술서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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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으며 홍준표 대구시장의 사례를 또다시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시장도 경남도지사로 일할 때 관내 기업들이 경남FC에 후원하도록 했는데 ‘왜 나만 문제 삼느냐’는 취지다.

이재명 “홍준표도 그랬는데”…검찰 “그럼 고발하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지난 10일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는 7개 항목으로 구성된 6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진술서의 5번째 항목(‘정당하고 필요한 업무’)에서 “자치단체장들은 관내 기업·단체·기관·독지가들을 상대로 기부나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관내기업들에 후원(무상)을 요청하여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천FC를 보유한 인천시장도 관내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하여 홍보하였으며 이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19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9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0월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경남FC 발전을 위한 후원 잇따라…넥센 회장과 현대위아 대표가 홍준표 구단주에게 경남FC 발전후원기금 기부’라는 글을 올리고,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경남FC 구단주로서 후원금을 받는 사진도 올렸다.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를 이런 걸로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과거 경남지사였던 홍 시장 등 수많은 단체장들이 처벌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홍 시장은 “같이 축구단 모금 운동을 해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수백억의 대가성이 있는 뇌물을 받았고, 내가 모금한 그 성금은 전혀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지원금이었기 때문에 문재인조차도 나를 입건하지 못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전국적 관행이면 수사 확대해야”

 검찰 내에선 이 대표 측의 주장을 두고 “혹여 경남FC 후원금에도 대가성 등이 있어 불법이라는 걸 이 대표가 알고 있다면 고발을 해서 함께 처벌 받도록 하는 게 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남FC는 어떤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받은 건 아니라고 파악된다”며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가 없다면 정당한 후원”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경남FC 후원금을 모금한 전력이 있는 점을 들어 “만약 이 대표가 홍 시장을 고발한다면 김 전 지사도 함께 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만일 검찰이 모르는 지자체 전반의 불법 관행이 있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부 수사해 처벌하도록 하는 게 맞는 방향일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2021년 3월 2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경남FC 구단주 자격으로 BNK경남은행으로부터 3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사진 경남도청

2021년 3월 2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경남FC 구단주 자격으로 BNK경남은행으로부터 3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사진 경남도청

한편 검찰은 이 대표의 성남FC 관련 해명에 대해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을 다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후원금을 내고 현안을 해결해 대가성이 명백한 기업들만 추려 조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남FC의 성격에 대한 해석을 두고도 양쪽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의 공공적 특수성을, 검찰은 주식회사라는 법적 실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진술서에서 “성남FC는 시민통합, 축구발전, 성남시 홍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과 성남시시민프로축구단지원조례에 따라 성남시(체육회)가 설립한 프로축구 시민구단으로, 시예산 즉 성남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한다”며 “광고나 후원 등 구단 자체수입이 늘면 시 예산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성남FC는 주식회사”라며 “시민 주주가 있고 그 안에는 성남시민이 아닌 분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년 이상 징역 혹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밖에 없다는 기류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대장동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만큼 성남지청과 중앙지검이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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