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외국계 기업 문 두드리는 당신…NO, 얼렁뚱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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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색다른 분위기의 디아지오 코리아 휴게실. [중앙포토]

외국계 기업은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직장의 하나다. 또 세계 굴지의 기업도 최근 국내에 둥지를 많이 틀어 취업 기회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막상 문을 두드리려면 주저하게 된다. 낯설고 한국 기업의 채용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취업 노하우'를 들어 봤다.

한국IBM에서 일하는 김선경(40.여) 부장은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KOTRA가 주최한 외국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입사를 꿈꾸는 '예비 후배'들을 만난 그는 " IBM이라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 보고 싶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준비하는 게 입사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이 말하는 외국계 기업의 장점은 한국 기업에 비해 편견이 없다는 점. 성별이나 학력을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LG필립스LCD 문윤기 팀장은 "외국 자본의 투자 형태에 따라 기업의 색깔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외국인인 회사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채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 외국인 CEO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장 중시한다.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만 서로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신뢰가 싹틀 수 있다는 것이다.

면접 방식도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를 많이 옮긴 지원자에 대해 한국 기업은 "왜 이렇게 자주 옮겼느냐"는 부정적인 질문을 많이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왜 옮겼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식으로 묻는다. 답변은 서론이 짧을수록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명확한 판단과 생각을 밝힌 뒤에 구체적인 답변은 나중에 하는 게 좋다.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며 논쟁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외국이 돈을 투자한 만큼 직업윤리 의식도 유심히 살핀다.

호텔 리츠칼튼 인사팀의 최정근 대리는 "준비를 많이 한 후배들이 입사 후에도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일하려고 한다면 식당 서빙이 됐든, 외식업체 아르바이트가 됐든 서비스 업체 경험을 쌓는 게 유리하다. 인턴도 좋고, 무급 아르바이트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는 최근 입사한 후배들의 장점으로 이런 도전의식을 꼽는다. 접시 놓는 법, 주문받는 법까지 배워서 입사 지원한 후배들은 당연히 합격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채용 정보를 얻는 것이다. 공채보다는 아직 소규모 수시 채용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먼저 보내 놓는 게 좋다. 또 수시로 관심 있는 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한국외국기업협회(www.forca.org)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www.archarm.org) 등에 들어가면 주한 외국기업의 채용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인맥 관리도 중요하다. 사내 추천 제도를 이용해 사원을 충원하거나 헤드헌팅 업체를 거쳐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선후배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인턴 등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한국 기업에 비해 출신 학교나 학과보다는 경력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를 이수하면 취업이 한결 쉬워진다. 한국 P&G.로레알코리아.BMW코리아 등이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을 소개할 때는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면 좋다.

영어 실력은 토익 점수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 또 문화적인 충돌에 대비할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외국계 기업의 합리적인 일처리가 때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다. 기업의 국적별 채용 패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지원자의 능력을 높이 사고, 프랑스 기업은 추천을 많이 받는다. 독일 기업은 경력을 중시하며 영국 기업은 근무자세를 눈여겨본다고 한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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