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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깡총깡총’ 뛰는 토끼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다. 토끼는 귀여운 외모로 인해 친근함을 주어서인지 동화와 동요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로 시작하는 ‘산토끼’라는 동요가 있다. 가사를 들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노래다.

노래에서처럼 토끼가 귀엽게 뛰는 모습을 묘사할 때 일반적으로 ‘깡총깡총’이라 한다. 그런데 이 ‘깡총깡총’이 표준어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리둥절할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니 무슨 의태어에도 표준어가 있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의태어·의성어에도 표준어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는 ‘깡총깡총’이 아닌 ‘깡충깡충’이라고 돼 있다.

국어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현상이 존재한다. 양성모음은 ‘ㅏ, ㅗ, ㅑ, ㅛ, ㅘ, ㅚ, ㅐ’, 음성모음은 ‘ㅓ, ㅜ, ㅕ, ㅠ, ㅔ, ㅝ, ㅟ, ㅖ’를 가리킨다. ‘깡총깡총’은 ‘ㅏ, ㅗ’가 연결되므로 모음조화를 지킨 경우이기 때문에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언어의 변화에 따라 ‘깡총깡총’보다는 ‘깡충깡충’이 현실에서 더 널리 쓰이는 표현이 됐으므로 ‘깡충깡충’을 표준어로 정했다고 국립국어원은 밝히고 있다. 또한 표준어 규정 2장 2절 8항을 보면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에 따라 ‘깡충깡충’이 표준어가 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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