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부동 전투’ 그곳, 백선엽 동상 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고 백선엽 장군이 생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 백선엽 장군이 생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1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 6·25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 얼굴이 새겨진 ‘6·25 참전기념비’가 설치됐다. 가로 13.15m·세로 9.10m·높이 4.35m 크기의 대리석 구조물로, 기념비엔 백 장군을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참전용사와 학도의용군이 진격하는 장면이 새겨졌다.

당초 이 자리엔 6·25 참전기념비가 아닌 백 장군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당시 백 장군이 “나만이 아니라 참전용사와 학도병이 함께 나라를 구한 것”이라고 조언하고 지역 진보정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어 기념비가 세워지게 됐다.

백 장군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동상 건립이 10여년 만에 경상북도에서 추진된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백 장군 동상 건립은 지난달 21일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한 ‘백선엽 장군 동상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이끈다. 추진위 위원장은 이우경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회장이 맡았고, 백 장군 장녀 백남희 여사가 고문으로 참여했다. 보훈·지역 상공계 인사 10여명도 추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추진위는 오는 7월 백 장군 3주기 추모식에 맞춰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건립 지역은 경북 칠곡군 다부동이다. 다부동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로, 백 장군이 1950년 8월 북한군 3개 사단을 물리쳐 낙동강 전선을 지킨 곳이다. 동상은 다부동에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 내에 세워진다. 다부동전적기념관은 다부동 전투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981년 지은 현충 시설이다. 경북도는 자유총연맹과 협의해 동상 제막 직후 백선엽 장군 기념관을 열 예정이다.

오는 7월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건립될 예정인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예상도. [사진 독자]

오는 7월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건립될 예정인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예상도. [사진 독자]

추진위에 따르면 백 장군 동상은 높이 4.2m, 너비 1.5m 정도로 만든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높이 6.5m)보다 약간 작다. 동상 건립 사업비는 성금을 포함해 총 5억원이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예산안에 백 장군 동상 건립비 1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목표 성금은 2억5000만원이다. 추진위는 현재 1억 원 정도 모았다고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달 중에 국가보훈처 현충 시설 건립 공모 신청을 하고, 추가 모금 활동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7월 10일 백 장군이 별세하자, 경북 칠곡군엔 ‘백선엽 장군님을 추모합니다’, ‘백선엽 장군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30개 넘게 걸렸다. 백 장군 빈소는 서울이었지만, 칠곡군에는 분향소가 두 곳이나 차려졌다. 기관 단체장뿐 아니라 주민 조문이 줄을 이었다.

칠곡군은 생전 백 장군을 칠곡 명예 군민으로 추대했고, 이에 화답하듯 백 장군도 휠체어를 타고 서울에서 칠곡군까지 내려와 지역 축제에 참석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칠곡 군민의 백 장군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다”며 “아이돌 스타처럼 ‘팬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백 장군은 32세 때인 52년 7월에 국군 최초로 대장으로 진급한 뒤 육군참모총장과 연합참모본부총장(합동참모의장)을 거치면서 한국군 증강계획을 추진했다. 태극무공훈장과 미국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전역 후 외교관, 교통부 장관, 경영인으로 활동했다. 주한미군은 2013년 그를 명예 미 8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