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산디니스타」/사기업 차려 재미(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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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항공사 포함 3백여개 운영/“당 이미지 쇄신 위해 낡은 금기 제거”
중남미 좌익전선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년간에 걸친 집권기간중 기업과 토지를 국유화하는 등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산디니스타는 최근 마치 「자본주의 실험」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수백개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올 2월 선거에서 우익연합의 비올레타 차모로에게 패배,정권을 넘겨준 산디니스타는 공개적으론 차모로 정권의 시장경제체제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산디니스타는 자신들이 설립한 기업의 자본주의식 경영을 통해 시장경제의 장점이 주는 이익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산디니스타는 집권 당시 관광장관을 지냈던 루위테스를 중심으로 지난 9월 중미항공(CAAL)이라는 항공사를 설립했다.
이 항공사는 황금노선으로 알려진 수도 마나과와 미국의 마이애미간 노선을 경쟁사와 비교해 최저요금인 1인당 운임 2백75달러로 취항하고 있다.
중미 항공은 내년에는 샌프란시스코등 미주지역뿐 아니라 마드리드ㆍ런던 등 유럽으로 노선을 확충하기 위해 신형 여객기를 구입하는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산디니스타는 내년 1월에는 니카라과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민영 TV방송국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방송국의 설립허가는 차모로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직전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디니스타의 전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기업은 백화점을 비롯,부동산회사·무역회사 등 3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시절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표방한 산디니스타는 지난 79년 좌익혁명에 성공,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산디니스타 정부는 공식적으론 혼합경제를 내세웠지만 사실상은 토지와 산업을 국유화하고 중앙통제경제를 실시하는등 사회주의 경제를 지향했다.
또 산디니스타의 집권에 따라 니카라과는 지난 79년이래 쿠바와 함께 중남미 공산혁명의 거점으로 알려져 미국의 배후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됐었다.
따라서 기업을 설립해 이윤추구에 몰두하고 있는 산디니스타의 최근 모습은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했던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산디니스타의 비판자들은 대규모 기업의 설립과 관련,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산디니스타가 지난 4월 차모로에게 정권을 넘겨주며 정부의 자금을 착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루위테스는 항공사 설립자금의 출처와 관련,사우디아라비아인등 아랍인 파트너가 자본금의 68%를 출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모로 정부의 한 관리는 지난 4월 다니엘 오르테가 전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을 때 국고는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산디니스타의 일부 당원들은 전 지도자들이 기업의 경영자로 변신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루위테스는 『자유기업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당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낡아빠진 금기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남미의 니카라과에서도 사회주의가 퇴조하는 것으로 보인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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