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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내 기여도 1.2%라니" vs 최태원 "재판에 언론 이용 위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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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축출 이혼’이다. 이번 판결로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게 가능해졌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판결은 확립된 법리에 따른 것이다. 언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다니 유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재산분할 다툼이 법정 밖으로 번지고 있다. 노 관장은 2일 공개된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외부에 드러난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 받은 비율이 1.2%(현금 665억원)가 안 된다”며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 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는 1심 판결(지난달 6일)이 나온 지 22일만인 지난달 28일 진행됐다.

노 관장의 인터뷰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최 회장도 입장을 냈다.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노 관장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것부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가사소송법이 가사사건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해 일방의 주장만을 기사화한 법률신문의 보도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위법한 보도”라며 “법적 조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가사소송법 10조는 ‘(사건 당사자가) 누구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가정법원 사건을 보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72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가정법원 사건을 보도해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 민사소송에서 가사사건 보도의 위법성을 주장한 사례도 있었지만 기각됐다.

최 회장 측은 이날 “1심 판결은 재산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고,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관장이 보는 ‘확립된 법리’는 다르다. 노 관장은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배우자가 그 유지와 존속에 기여했으면 분할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유재산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 등을 가리킨다.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은 각자의 전유물로 보기 때문에 부부가 헤어질 때 나눠 가질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외를 열어뒀다. “아내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가사노동과 가사비용의 조달 또한 특유재산 감소를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 판례도 있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을 내며 최 회장의 SK 주식 중 절반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주식에 대해선 기여한 바가 없다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양쪽의 주장이 대조적인데 어느 쪽이 더 법리에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혼인 전 재산이나 이후 취득 재산의 액수 및 형태, 결혼기간 중 동거기간 등이 다른 사건들과 상당히 다른 특수한 사안이라 재판부의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항소장을 제출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2심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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