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특집 - 수능후 몸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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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이라는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수험생들은 소쩍새보다 훨씬 심한 몸서리를 쳤다. 시험만 생각하면 지끈지끈 골치가 아픈데다 입맛은 떨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속은 더부룩…. '고3병'이었다. 이제 통과의례를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 본다. 지나온 '인고(忍苦)의 세월'이 남긴 흔적이 여지없이 비친다. 긴장·스트레스로 심신이 만신창이다.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바로 지금 몸과 마음은 회복과 관리를 호소하고 있다.

◆쓰리고 아픈 위(胃), 병원으로 가라=시험준비를 하느라 그동안 속이 쓰리고 아픈데도 견뎠고, 웬만한 감기정도는 체력으로 버텼다. 긴장이 이어지다보면 수험생은 곧잘 위염을 앓게 된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수험생도 있다.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윗배가 무겁게 눌리는 듯 불쾌한 기분이 들 땐 위염을 의심해야 한다. 메스껍고 구토.설사 증세까지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위에 부담을 줄이고 소화기능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기본이다. 시험이 끝났다고 들뜬 기분에 성인에게도 해로운 알코올.카페인 섭취는 위에 독약이나 다름없다.
수험생에겐 흔히 위궤양으로 불리는 '소화성 궤양'도 우려되는 질병이다. 위염보다 더 심한 상태지만 위염과 특별히 다른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진단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한번 궤양은 영원한 궤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재발이 잦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수험생으로선 처음 겪어보는 속병일지도 모르지만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지켜야 할 위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체력유지를 위한 영양분 섭취는 바로 그 위가 담당한다.
요즘엔 눈건강관리가 어려운 환경이다. 컴퓨터와 책과 씨름하는 일이 잦기에 40세만 가까워도 노안이 찾아온다. 그 시기가 되면 라식수술은 때가 늦는다.
유민규 정동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수능이 끝났다고 몸관리를 게을리하거나 그동안 피폐해진 속병을 고치지 않는다면 더 큰 병을 키울 수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등 생활리듬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생한 눈.코, 그대로 둬선 곤란=날마다 책과 씨름했다. 책의 첫번째 상대역은 바로 눈-. 혹사로 말미암아 충혈되고 도수도 맞지 않은 안경을 끼다보니 피로가 쌓여 시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일쑤다.
예전보다 잘 안보이거나 눈이 침침하다면 하루만 할애, 병원행을 권한다. 도수 안맞는 안경을 낀 학생이 의외로 많고, 안경을 쓰지 않는 학생이라도 잠복성 원시나 난시인 경우가 많다. 도수 조절 등 약간의 안과처방만으로도 평생의 눈건강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수능시험 후 홀가분하게 대학생활을 준비하는 처지라면 멋도 부리고 외모에 신경을 쓰고 싶을 때다. 두꺼운 안경이 걸림돌이라면 라식수술을 고려해보자. 최근엔 홍체인식 라식.에피라식 등 근시교정 수술이 급속도로 발달해 밤에 불빛번짐 현상도 없고, 다시 시력이 나빠질 확률도 거의 없다.
이화연 서초성모안과 원장은 "피로에 지친 눈을 방치하다간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며 조기검진을 권고했다.
수험생은 공부하다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이로 인해 콧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흔히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강염과 만성비염이 대표적이다. 코 질환은 만성 피로와 어지럼증을 유발,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코가 막혀 뇌가 필요로 하는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수영 라임한의원 원장은 "학업에 왕도가 없다고 지장을 주는 여건을 방치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다"며 서둘러 치료하라고 주문했다.

◆스트레스, 과감히 벗어버리자=3년이상을 대학입시에 매달려온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고 나면 해방감 못지 않게 허탈감을 느끼기 쉽다. 마치 팽팽히 당겨졌던 연줄이 끊긴 듯 마음이 공허해지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시적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기대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엔 절망.불안감에 자책감마저 들어 이런 감정들을 추스리지 못하면 주위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살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수험생의 스트레스 탈출은 지금부터다.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안정을 찾아야 한다. 부모의 지나친 걱정은 자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하는게 좋다. 비난과 짜증은 금물이다. 수험생은 그동안 소홀했던 친구들과 만나 기분전환의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미뤄왔던 취미생활 역시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
정찬호 마음누리클리닉 원장은 "충격과 분노.실의 등 수능 후유증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할 때"라며 "기분전환 등 재충전을 위한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아관리, 지금이 적기다=수능도 끝났고 방학도 눈앞에 다가왔다. 미뤄뒀던 치아관리의 적기다. 충치와 잇몸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찬물과 뜨거운 물, 초콜릿 등을 먹을 때 시리고 아프다면 신경치료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고 더 심해지면 이를 뽑아내야 한다. 조기검진이 그래서 중요하다.
또 대학생활 역시 나름대로 바쁜 만큼 치아교정도 지금이 좋다. 치아가 심하게 우둘두툴하거나 입이 튀어나와 보일 정도라면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교정치료가 바람직하다.
칫솔질을 꼼꼼히 하지 않거나 전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라면 잇몸에 염증이 생긴다. 피가 나고 시리고 아픈 증상이다.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없애고 염증도 제거해야 한다. 입냄새 예방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이를 깨물고 공부했던 만큼 턱관절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권윤희 수치과병원 원장은 "교정 등 치과진료는 장기간을 요하는 만큼 시험이 끝나 여유있을 때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생활속 건강, 이제부터=볼썽사나운 과거의 행태들이 있다. 대입시험이 끝나고 난 뒤 해방감의 첫번째 표현이 술과 담배였던 시대가 있었다. 특히 담배는 성인의 상징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는 케케묵은 과거일 뿐이다.
최근 5년 사이에 흡연율은 70%에서 40%대로 떨어졌다. 담배의 해악은 하도 들어 귀에 못이 박일 정도다. 친구.동료가 권해도 단호히 "노!"라고 말하자. 아니, 그들조차 끊도록 '우정어린 설복'이 필요하다.
술은 알고 먹으면 약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평생 몸을 망가뜨리는 골칫덩이가 된다. 첫 음주습관이 평생 이어질 수 있고, 잘못된 음주습관은 각종 질병과 사고의 주범이 된다. 주도(酒道)를 먼저 깨우쳐야 제대로 된 '어른' 대접을 받는다.
그렇지 않은 채 우정에만 이끌려 주독(酒毒)에 빠진다면 나중엔 친구도, 가족도, 건강도 잃어버릴지 모른다. 귀담아야 할 대목이다.
평생의 건강을 생각하면 피자·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멀리 해야 한다. 비만 및 각종 성인병을 몰고 오는 건강의 적이다.
책상을 벗어나 야외로 나왔다고 무리하게 운동해선 안된다. 자전거·수영·등산 등이 무난하다. 꼭 종목을 정할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청소도 운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도 운동이다.
한양대 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자칫 들뜬 기분에 인생의 황금기를 잘못 보내기 쉽다. 명상·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는 슬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도움말=한양대학교 병원 02-2290-8114 smc.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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